많은 사람들이 외국어고등학교 입학을 명문대 진학의 ‘보험’쯤 되는 것으로 알지만 현실은 모두 그렇지 않다. 외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외고 가면 못해도 연·고대는 간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이 땅의 고교생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외고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외고에 들어가기보다 몇배나 더 치열하다. 늘어나는 사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개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석차’를 놓고 충격을 경험한다. 중학교 때는 열 손가락 안에 들었는데, 외고 가서 첫 시험을 본 후 적이 놀란다. 성적에 자신감을 잃으면 학생들은 혼란을 겪는다. 학생들이 자퇴나 전학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유다.
외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긴장감은 상상 이상이다. 시험 때는 밥도 안 먹고 공부하는가 하면 보약 먹는 학생들이 많다. 시험 때가 되면 기숙사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으로 바뀐다. 흔히 학부모들은 외고만 들어가면 ‘끝’인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적 부담, 치열한 경쟁 등을 감당할 수 없다면, 오히려 학생에게 잘못 끼운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좋은 점도 많다. 외고에 입학한 뒤 기대와 다른 현실에 맞닥뜨리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외고가 주는 만족감은 넓게 존재한다. 우선 동기나 선배들 사이에 생기는 ‘결속력’은 ‘자부심’의 토대가 된다. 신문 한 페이지를 보고 세 시간 동안 토론하는 게 아무 데서나 가능한 면학 분위기는 아니다. “중학교 때는 모르는 게 있어 질문하면 선생님들이 귀찮아서 피하고 대답을 안해 주는 게 다반사였는데 외고 선생님들은 다음 시간에 조사를 해서라도 가르쳐 주신다”고 자랑한다. 치열한 경쟁에 적응하면서 끊임 없이 발전한다. ‘경쟁’의 순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이보다 경쟁이 심할텐데 미리 경험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학생들이 많다. 사회 진출 전에 ‘예방접종’ 맞는 셈치고 갖은 스트레스를 이겨낸다는 말이다. 교사들도 “학생들이 처음에는 성적 때문에 비관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한다”고 격려한다. 시험지 사전 유출로 마음 고생이 심한 김포외고 합격생들이 생각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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