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숲에 들면 - 박영택

밤새 내려온 안개를 만난다

곳마다 들어오는 새로 트인 새벽

새는 아침을 치잉칭 두르고서 풀잎을 깨운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바람도 함께 힘을 쓴다

가까운 듯 먼 길 한두 번 속은 게 아니지만

봄은 아무 곳에나 도착하여 저희들끼리

울창한 평화를 이루고 살고 있다

내가 쓰러지려고 하면 바람은 먼저

산 정상에 올라와서

햇살 한 줌을 가슴에 뿌려 준다

뼛속까지 마알갛게 드려다 보인다

내가 앉아 쉬니

바람도 손 쉬고 앉아 푸른 내를 훑는다

흐르는 물 밑에 하늘 한 쪽도 비친다

산그늘이 물 속까지 따라 내려와 발을 담그니

물소리가 더 깊어진다

나와 같이 걷던 바람은 어디에 숨었는지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다

<시인 약력> 전북 김제 출생 / ‘월간문학’으로 등단 / 시집 ‘잃어버린 별을 찾아서’ ‘산, 숲에 들면’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