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떠돈다. 악마의 붉은 유령이…’ 공산당선언의 모두다. 1847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상적사회주의에 대칭되는 이른바 과학적사회주의 입장을 요약한 공산주의 동맹강령으로 발표한 것이나, 이 또한 공상적사회주의로 끝나 결국 붕괴됐다.
‘악마의 유령’을 인용하는 것은 여기서 이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제17대 대통령선거가 중반에 들어서면서 악마의 천민자본 유령이 떠돌아 선거판을 더럽히고 있다.
떼거리 산악회 등산, 관광나들이에 멋 모르고 휩쓸리다가 경찰 같은데 불려가 조사를 받는 사람이 요즘 부쩍 늘고 있다.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무조건 사람을 데려오라고 해서 그냥 데려갔다’는 것 등이 선거관련 선심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체적인 진술이다.
이런 사람들이야 공짜 좋아한 죄밖에 없지만, 정작 이들을 유인한 배후, 또 배후의 배후 등은 마치 간첩망 조직같아 장막에 가려진 것으로 전한다. 비단 이 당만이 아니다. 저 당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후보, △후보, X후보 등 계열도 마찬가지인듯 싶다.
수법도 가지가지다. 무조건 사람들 데리고 어디로 밥먹으러 가라고 해서 가면 계산은 유령이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름만 올려놓으면 돈을 준다고 하고, 실제로 돈을 주는 사례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궁금한 것은 그같은 돈줄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 브로커들의 발호다. 선거꾼들 조직에서 내려오는 돈줄이 중간 중간에 한 무더기씩 잘려나가고도 낚시 밑밥처럼 그렇게 뿌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들 간의 치졸한 음해성 공방으로 추하긴 해도 돈선거는 조용한가 싶더니, 이도 아닌 게 날이 갈수록 더 뒷돈놀음이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이다.
뭣보다 유권자가 각성해야 한다. 산에 가잔다고 산에 가고, 관광 가잔다고 관광가고, 밥 먹잔다고 밥먹고, 돈 준다고 덥석 받다가는 후회막급한 일이 생긴다. 그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만한 민도의 자긍심을 가질 때가 됐다. 선거사범 신고는 로또에 버금가는 포상금제가 있다.
선거판을 혼탁케하는 미로의 유령들 장막을 어떻게든 발본색원해내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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