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 백미숙

물레방앗간 뒤안에

봄내음 꽃잎처럼 번지면

흐르는 냇물에 가슴아리 씻어내고

물레 돌리는 소리 들립니다

두레박 한 가득 고운 꿈 길어 올려

땡볕 꽂히는 논에

핏물 같은 물꼬 터주고

그늘에 앉아 함지박 보리밥에

풋고추 된장 찍어

한입 가득 깨물면 혀끝에 듬뿍

생명의 숨소리 묻어 납니다

해가 뜨고 지고

아흔 아홉골 지나면

발바닥 닿도록 깔아놓은 논밭에

주단이 깔리고 하얀 햅쌀밥이 뜹니다

옛날 옛적 시골집 이웃엔

넉넉한 웃음이 가득하였습니다

<시인 약력> 제주시 출생 / ‘한국문인’으로 등단 / 시집 ‘나비의 그림자’ / 문파문학회 회원, 창시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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