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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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2020년 70세 정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연동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정부도 오는 2010년부터 정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년 연장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인기영합적 행위”로 규정했다. 경총은 정부와 정치권의 정년 연장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거나 ‘노동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란 표현을 써가며 비판을 가했다.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로 기업들이 장기 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을 늘리면 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고용 의지마저 꺾게 된다는 것이 경제단체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막대한 비용부담은 신규채용 억제로 이어질 것이며 비정규직을 양산시키고 청년실업자를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선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정년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

기업들은 정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법률로 정한 정년을 다시 연장하는 추세다.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다. 전후 베이비붐 때 태어난 ‘단카이세대’의 퇴직과 신규 노동력 감소 등이 겹친 일본은 2013년까지 현행 60세 정년을 65세로 늘릴 방침이다. 영국은 2010년부터 65세에서 68세로, 독일도 65세에서 67세로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미국은 2027년까지 정년을 67세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행 ‘고령자고용촉진법령’에 사업주가 정년을 정한 경우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권고 조항이 있을 뿐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평균 정년은 56.9세였다.

2003년 이후 조기 퇴직·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은 단계적으로 삭감하되 정년까지 근무하게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이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의 만 60세 남녀는 ‘환갑 잔치’도 하지 않을 만큼 젊다. 나이 들어서 일 안 해도 먹고 살 만한 형편이라면 혹 모르거니와 세계적인 흐름인 정년 연장을 반대만 하는 건 능사도, 도리도 아니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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