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

전국시대다. 위나라 방총이 혜왕의 아들 태자가 조나라 수도 한단으로 볼모로 가는데 따라가게 됐다. 방총은 자신이 조정에 없는 사이에 다른 신하들이 혜왕에게 참소할 것이 걱정되어 왕을 찾아가 독대를 했다.

“임금님께선 만일 한 사람이 시장 바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니 믿지요” “그럼, 두 사람이 말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한 번쯤 의심은 해보겠지요”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어떠시겠습니까?”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믿게 되겠지요” 전국책(戰國策)에 전하는 ‘삼인성호’(三人成虎) 고사다.

방총은 이어 “시장 바닥에 호랑이가 나타날리 만무하지만 여러 사람이 우기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처럼 됩니다. 소신이 시장 바닥도 아닌 타국에 멀리 가 있으면 참소하는 소인배가 세 사람만이 아닐 것입니다. 하오니 이 점을 통찰해 주소서”하고 주청하자 혜왕은 “잘 알았으니 걱정말고 다녀오시오”했다.

그러나 태자의 볼모가 풀려 귀국했을 때 혜왕은 여러 사람들이 그동안 주청한 참소만 믿고 방총의 배알조차 허락지 않았다. 죽음을 면한 것만도 볼모로 떠나기 전에 방총이 받은 혜왕의 다짐 덕분이었다.

한나라 중엽 왕부란 사람이 쓴 잠부론(潛夫論)에 ‘일견폐형’(一見吠形)이면 ‘백견폐성’(百犬吠聲)이란 말이 있다. 개 한 마리가 짖으면 다른 백 마리의 개가 속내도 모르고 따라 짖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일인전허’(一人傳虛)면 ‘만인전실’(萬人傳實)이라고 했다. 한 사람의 허언이 만 사람에겐 사실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을 의심하는 얘기로 진서(晉書)에 ‘배중사영’(杯中蛇影)의 고사가 있다. 진나라의 악광이라는 사람이 친구의 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술잔에 뱀의 영상이 비치곤하여 몹시 언짢았다. 집에 돌아가서는 음식을 토한 끝에 급기야는 자리에 눕게 됐다.

악광의 친구가 병문안하여 연유를 묻자 악광은 술잔에 비친 뱀 그림 얘기를 겪은대로 얘기했다.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옷칠로 된 활을 벽에 걸어 놨두었는 데 활에 그려진 뱀의 그림이 밤에 켜놓은 촛불로 술잔에 비쳤던 것 같다고 말하자 악광은 그만 자릴 털고 일어났다.

세상사엔 남을 믿을수도 안 믿을수도, 남을 의심할 수도 안 할수도 없는 일들이 많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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