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cynical)의 어원은 ‘개’란 뜻의 라틴어 ‘cyon’이다. 희랍어의 개는 ‘kyon’이다. 냉소주의인 시니시즘(Cynicism), 이의 학파를 견유주의(犬儒主義)라고 하는 퀴닉(kynic)학파란 말이 이에 유래한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본 견유학파는 세속적 욕심을 버렸다. 생긴대로, 있는대로, 처한대로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살았다. 디오게네스(BC 400~323)는 대표적인 견유학파다. 알렉산더 대왕이 통집에 기거하는 그를 찾아 ‘소원이 뭣이냐’고 물으니까 ‘햇볕을 가리지 말고 좀 비켜 달라’고만 했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동양에는 중국 진(晉)나라에 죽림칠현(竹林七賢)이 있었다. 노자(老子)의 허무적 도가(道家)를 숭상, 대나무숲에 모여 명리를 떠난 청담을 일삼았던 왕융 등 일곱명의 선비를 일컫는다.
조선 왕조에선 죽림파가 있었다. 속세를 멀리한 채 초야에 묻혀 평생을 유유자적하게 지낸 선비들이다. 동대문밖 죽림에서 고담준론의 청담만 나눠 청담파라고도 불린다. 남효온·홍유손·이정은·이총·유선언·조자지·한경기 등이다.
백이 숙제는 고대 중국 은(殷)나라 주왕이 애첩 달기에 빠져 주색과 폭정을 일삼긴 했으나, 은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이 신하로서 역성반역을 한 것에 분개, 벼슬을 버리고 지금의 산서성 수양산에 은거했다. 무왕의 수차 부름에도 조정에 나아가지 않자, 산에서 나오게 하기위해 불을 질렀으나 끝내 나오지않고 불에 타 죽었다.
백이 숙제는 반역으로 임금이 된 무왕의 것은 먹지않는다며 수양산에 나는 나물만 먹고 살았다. 그러나 후대에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백이 숙제의 절개는 참으로 고고하지만 안타깝도다. 수양산 땅도 무왕의 것이어늘 수양산 나물이라고 어찌 무왕의 것이 아니랴’라고 했다.
난세다. 사회가 어지럽다 보니 현실도피의 심리들이 적잖다. 그저 내 한 몸, 내 가족만 잘 건사하면, 죽이 끓든 밥이 끓든 그만이라고 여기는 현대판 냉소주의가 팽창해간다.
하지만 디오게네스도 알렉산더의 지배를 못 면하고, 백이 숙제도 무왕의 치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설픈 청담파 노릇을 하다가는 외톨이가 되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세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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