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TV토론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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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13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에 나온 17대 대선 군소 후보 4명 가운데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는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인 지 “아이큐가 430이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양아들이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제의했지만 거절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허 후보는 “정치인과 특권층은 유토피아를 누리고 있지만 국민은 지옥에서 헤매고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경상도, 민주당이 집권하면 전라도, 이런 식으로 국민을 나누고 선거 때만 되면 싸우기 때문이다”라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정당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자금인 국세를 낭비하고 파당을 지어 국회에서 싸우는 것을 어린이에게 보여주는 이런 정치제도는 없애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폐지하고,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여 무보수로 하면 예산을 15조 원 절감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남북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미국에 있는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신혼부부에게 각 5천만원씩, 1억원을 제공하겠다” “출산수당 3천만원 지급” “60세 이상 국민에 매월 70만원의 건국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거침없이 내놨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정책보좌역을 하며 새마을 운동과 방송통신대를 만들고, 우리 경제를 국민소득 1만7천불이 되게 하는 데 기여한 장본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런데 허 후보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혼담이 있었다”고 주장해 지난달 박 전 대표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주인연합 정근모, 새시대참사람연합 전관,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도 ‘딱 한 번’ 주어진 TV 토론회에서 자신과 공약을 그럴듯하게 홍보했는데, 내용과 면면은 차치하고 살기등등했던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인제 문국현 이회창 후보의 토론회보다는 재미있었다. 심대평 후보도 그렇지만,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왜 후보로 나왔다가 TV에 한번 못 나온 채 맥없이 사퇴했는지 원 별 싱거운 경우를 다 봤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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