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유정(油井)에서 채취된 원액 그대로의 기름이 원유(原油)다. 유층(油層)의 깊이와 산지의 유전(油田)에 따라 색깔이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흑색이다. 탄화수소 등 혼합물로 유황 질소 산소 금속 등 화학구조가 다양하다.
이 때문에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 또한 다양하다. 휘발유 경유 중유 등은 대표적인 가연성 에너지다. 원유는 버리는 게 없다. 플라스틱 원료도 원유에서 나온다. 열에 의하여 변형된 채 원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합성수지는 각종 제품을 만들어 인간생활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생활주변에 플라스틱 제품이 없는 게 없다. 인류가 옷감을 발명한 1차 생활혁명 후 2차 생활혁명을 가져온 것이 종이다. 플라스틱 발명은 가히 3차 생활혁명을 일으켰다. 원유의 찌꺼기로는 아스팔트를 만든다.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천연가스 또한 유전에서 내뿜는다.
원유는 태고(太古) 적 이전의 동물들 기름이다. 지구가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면서 땅속 깊이 묻힌 동물 무더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 억년, 십 수 억년 전이다. 중국 대륙의 내륙에서 암염이 채취되는 것은 태고 적 이전엔 바다였기 때문이다. 지각 변동으로 바닷속 지층이 솟아 중국 대륙이 된 것이다. 한반도에 암염이 없는 것은 바다에 잠긴 적이 없는 육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유의 부존자원이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세기 중반에 가면 거의 바닥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한다. 육지의 원유 부존자원 고갈은 바다로 눈을 돌린다. 바다 유정 탐사는 난관이 많다. 그래도 세계 여러 나라가 포기하지 않고 탐사를 지속한다. 우리 나라도 탐사는 한다. 하긴, 하는데 안타깝게도 성과가 없다. 최근 브라질이 자국의 대륙붕에서 대규모 유정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세로 남미의 경제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원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 나라가 기름벼락으로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원유 유출로 인근 이 백리 서해 연안이 기름벼락을 뒤집어 쓴 지가 벌써 열 하루 째다. 경기만이 위협받는 지경이다.
양식어장마다 기름범벅이 되어 떼죽음 당한 현장이 처절하다. 어민들의 한숨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악취를 마다않고 갯바위에 눌러 붙은 기름 덩어리를 뜯어내고 개펄을 닦아내는 모습들이 숙연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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