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장, “미국이 어떤 이유에서든 협상을 주도하기 싫다면 나머지 우리가 주도할 수 있게 방해하지 말고 떠나라!” 파푸아뉴기니 콘라도 대표의 단상 일갈에 180여개국 대표들은 우레같은 박수를 터뜨렸다.
그로부터 25분뒤 도브리안스키 미국 대표는 “우리는 발리회의의 성공을 원하며 합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도의정서 탈퇴 이후 기후협약에 냉담해오던 미국이 마침내 굴복한 것이다. 미국은 지구온난화 위기를 가져오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협약보단 자율이행으로 하자고 하던 종전 주장을 철회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 앞으로 기후협약에 대한 로드맵에 각국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발리회의에서 유럽연합(EU)은 선진산업국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으로 25~40% 감소하자고 제안했다. 회원국들은 나라마다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을 오는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총회에 보고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이대로 50년을 더 가면 북극의 빙산이 대부분 녹는다고 경고한다. 북극의 빙산이 녹으면 남극의 빙산도 무사할리 없다. 만약 양극의 빙산이 녹으면 바다에 잠기는 육지가 많아져 세계지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약 200㎞에 이르는 해안에 거대한 제방 축조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 2m 정도밖에 안되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우려하는 것이다. 빙하가 10%만 녹아도 바닷물이 덮치는 재앙을 면치못할 것으로 싱가포르 당국은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이변만이 아닌 사막화를 예고한다. 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호주 등 지구촌 곳곳에서는 강수량이 줄어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에 폭우나 폭설로 환경재앙을 겪는 지역이 허다하다.
2004년에 개봉된 미국영화 ‘투모로우’는 롤랜드 에어리히 감독에 데니스 퀘이드 주연의 기후영화다. 지구의 온난화 재앙을 예고한 기후학자를 비웃던 백악관이 어느날 갑자기 덮친 지구의 빙하기 현상으로 당황해 하는 내용이다. 영화가 아닌 예고된 실화일 수 있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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