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부터 읽어라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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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를 더해 가고 있는 MBC-TV 사극 ‘이산’은 조선조 21대 영조와 22대 정조 때 얘기다. 개혁 정치를 펼쳤던 정조 이산은 세손 시절 제왕의 수업을 철저히 받았다.

‘적을 가까이 두라’. 이산은 영조로부터 적을 가까이 두는 법을 배운다. 궐 안에 있는 음해세력을 알고 있지만 발본색원하지 않고 묻어두는 자세를 익힌다. 몇몇을 추려낸다 해도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자들은 언제나 생겨나는 법을 안 것이다. 정치적 라이벌이 없으면 물이 썩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게 상생하는 법이다.

‘위보다 아래 눈치를 보라’. 영조는 세손에게 임금의 권한을 넘기면서 자신의 눈치를 보기보다 백성의 눈치를 보고, 백성의 마음에 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리고 임금의 처결이 백성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백성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대통령 후보 때는 민생정치를 외치면서 재래시장을 돌고 서민들을 만난다. 상인들의 손을 잡고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던 후보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에게 묻지 않고 비서들에게만 의존해 정책을 추진한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 영조는 정조에게 군왕의 자질 중 하나가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차기 정권이 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 비정규직, 사교육, 심화된 양극화, 부정부패, 고용불안 등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준을 분명히 정하고 원칙을 중심으로 하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측근을 조심하라’. 생부 사도세자가 당쟁에 희생됐듯 정조 또한 세손으로 갖은 위험을 겪을 때 세자 시강원 설서(說書) 홍국영의 도움이 컸다. 홍국영은 세손의 즉위를 방해한 정후겸 홍인한 홍상간 등을 제거하는 데 공이 커 숙위대장, 도승지, 대제학, 대사헌을 역임했지만 정조의 총애를 빙자하여 세도정치를 자행하였다. 정조는 홍국영을 과감히 축출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공신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은 해악이 많았다. 대통령 당선자가 염두에 둬야 할 얘기들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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