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상 방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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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풀이 방화’ ‘이유 없는 방화’사건이 끊임 없이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지난 2002년 2천778건이던 방화사건이 2003년 3천219건, 2004년 3천291건, 2005년 3천326건, 2006년 3천413건으로 계속 증가했다. 올해도 6월 현재 2천896건이나 발생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방화로 인한 재산 피해도 매우 크다. 2002년 81억8천400만원에서 지난해 116억2천900만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6월 현재 피해액이 101억7천200만원으로 올해 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화 이유가 실로 어처구니 없다. 공원 앞길에 주차돼 있던 화물차 적재함, 아파트 입구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 등 모두 24대의 차량에 불을 지른 사건의 경우, 교통사고로 형사처벌을 받고 손해배상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이혼까지 겹치자 잘못된 세상 탓이라며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공중화장실에 불이 난 것도 취직이 안 되고 모든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이유를 잘못된 사회 탓으로 돌린 사람이 저지른 범행이다.

자동차 방화 미수로 복역하다 풀려난 어떤 사람은 교도소 동기가 운영하는 식당에 불을 질렀다. 숙식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자신을 홀대한다며 방화로 화풀이를 했다. ‘갑자기 불을 지르고 싶어서’ 술집 입구 등에 4차례나 불을 지른 우발적인 방화도 있었다.

사회에 대한 원망 뿐 아니다. 보복이나 화풀이로 불을 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세대 주택에 침입, 400여만 원의 금품을 훔친 도둑이 생각보다 수입이 적다고 불을 지른 경우는 정말 황당하다. 이 도둑은 2005년 7월부터 모두 71차례나 남의 집에 들어가 절도를 하면서 금품이 적게 보관돼 있던 다섯 집에 보복성 방화를 저질렀다고 한다.

사회 분위기가 불안하면 각종 범죄가 늘어나긴 한다. 그렇다고 막가파식 방화가 용인될 순 없다. 과거엔 증거인멸이나 장난에서 비롯된 방화가 많았지만 최근엔 보복 심리나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방화가 많다. 문제는 대책이 막막한 점이다. 정신 이상자들이 저지르는 방화는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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