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잊고 살 때가 많다. 과거는 과거니까 그런다손 쳐도 자신이 처한 현재도 잊을 때가 많다. 하물며 경험하지 못한 미래는 더 말할 게 없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하면 미래, 미래 중에도 특히 자신의 사후 세계가 무척 궁금한 것이 인간이다.
수전노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 전날밤 이미 오래전에 죽은 동료의 망령을 만난다. 이에 앞서 그는 조카의 크리스마스 축복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오히려 비웃었다. 빈민구제를 위한 노신사의 기부금 모금 방문엔 단호한 거절로 내쫓아 보냈다. 그리고는 밤이 깊도록 돈 셈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홀연히 7년전에 죽은 동업자 머엘레가 나타난 것이다.
머엘레는 스크루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정령으로 보여준데 이어 그가 죽어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스크루지는 죽은 자신의 시신이 마대같은 것으로 둘린 채 여러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생전에 그토록 애써 모은 돈을 한 푼도 사후 세계로 가져가지 못했고 또 가져간다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이윽고 친구의 망령이 사라진뒤 정신을 차린 스크루지는 돈에 대한 탐욕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달아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참된 인간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이 소설은 1843년 디켄즈가 쓴 ‘크리스마스 캐럴’의 내용이다.
인간의 사후세계 존재를 믿고 안 믿고 하는것은 신앙의 자유다. 분명한 것은 사후엔 필요없는 돈이 현세에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돈은 많을수록 좋지만 돈이 인간의 행복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돈이 적어도 돈많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구가한다. 크리스찬이든 아니든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본다. 한 해를 보내는 막바지 대목이어서 더욱 소회가 없을 수 없다. 설사, 자신이 불행에 처했다해도 허망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사람들은 즐거움으로만 인생을 추구하려고 들지만 슬픔은 더큰 인생의 중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에 합당한 성경 한 구절을 인용한다. ‘거짖되이 일컫는 지식의 망령되고 허한 말과 변론을 피하라!’(디모데전서 6장 20절)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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