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바닷가에 펼쳐진 벌판이다. 밀물과 썰물이 운반한 물질이 쌓여 이뤄진 해안 퇴적 지형이다. 이 물질은 미세하기 때문에 주로 해수면이 잔잔한 해안에 쌓인다. 따라서 갯벌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크거나 만(灣)·섬으로 가로막힌 해안에 잘 조성된다.이 때문에 동해안엔 거의 갯벌이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 갯벌은 갯벌을 구성하는 퇴적물의 입자 크기에 따라 ‘펄 갯벌(점토 70% 이상)’ ‘모래 갯벌(모래 70% 이상)’ ‘혼성 갯벌’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갯벌 총 면적은 전체 국토의 2.5%인 2천550.2㎢에 이른다. 이 중 서해아니 전체 갯벌의 8.3%(2천107.7㎢), 남해안이 17%(440.5㎢)를 차지한다. 갯벌은 지구상에서 단위 면적당 생물 개체수가 가장 많다. 우리나라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의 종수(種數)는 동물 687종, 식물 164종 등 851종에 달한다. 많은 생물이 갯벌에 사는 이유는 영양분이 충분해서다. 갯벌은 육지·하구(河口)·바다로부터 유기물을 공급받아 영양분이 풍부하다. 대다수 바다 생물이 갯벌에서 번식하고 먹이활동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갯벌이 바다 생물의 ‘인큐베이터(보육장)’인 셈이다.
갯벌은 ‘자연 정화조’ 기능을 한다. 사람들이 쏟아내는 오·폐수를 정화하는 하수종말처리장의 실제 효율은 50% 수준이며 나머지 오·폐수는 바다로 흘러간 뒤 갯벌에서 걸러진다. 갯벌 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이 유기물질을 분해해 오·폐수를 깨끗하게 한다는 얘기다. 갯지렁이 500마리가 한 사람이 하루에 배출하는 2㎏의 배설량을 정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갯벌은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둘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한다. 예컨대 갯벌은 홍수가 생기면 다량의 물을 머금고 조금씩 흘려 보내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태풍의 충격을 흡수해 육지 생태계를 보호하기도 한다. 갯벌은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쉼터 역할도 한다. 철새들은 갯벌에서 먹이를 구하고 휴식을 취한다. 갯벌은 생태적 가치가 높아 갯벌 생물이나 철새를 관찰하는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된다. 관광·레저 공간으로 이용돼 문화적 가치가 높다. 갯벌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면 연 10조원이라고 한다. 갯벌은 ‘자연의 콩팥’이다. 콩팥(신장)이 신체의 노폐물을 걸러내듯이 갯벌은 육지의 오염 물질을 걸러내주기 때문이다. 최근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으로 갯벌이 위험에 처했다. 보다 강력한 갯벌 보호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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