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仁)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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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에는 ‘인(仁)’에 대한 언급이 100여차례 나온다. 공자의 제자 중궁이 지도자가 가져야 할 인에 대하여 질문했을 때 “문밖에 나가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큰 손님 만나듯이 하라. 내가 백성을 부릴 때는 마치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하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그러면 나라에서든 집안에서든 어느 누구도 그 지도자를 원망하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논어’의 일관된 사상은 따뜻한 인간관계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느냐가 공자의 문제의식이었고 물음이었다. 그 따뜻한 인간관계의 핵심 윤리가 바로 ‘인’이며, 인의 완성은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좋은 친구로서 남에게 인정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가장 위대한 실천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따져보는 것이야말로 인을 완성한 사람의 모습이다.

인간관계에 배려는 두 가지 방면에서 이뤄진다. 하나는 수평적 인간관계다. 집 문밖을 나설 때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큰 손님 만나듯이 하라는 의미다. 큰 손님으로 상대방을 대접해준다면 기분 안 좋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에게 큰 손님으로 대접 받고 싶다면 내가 상대방을 먼저 큰 손님처럼 대해야 한다. 인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따뜻하다. 따뜻함이 바로 배려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손님이다.

다른 하나는 수직적 인간관계다. 부하직원에게 지시를 하거나 업무를 맡길 때 마치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하려면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내 지시를 직원들이 따라 줄 것이란 생각에 배려 없이 명령을 내린다면 상대방의 가슴에 원망이 쌓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 곁을 떠날 수 있다.

공자는 이런 따뜻한 인간관계로서의 인을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하며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하고 기본적인 메시지이지만 리더가 빠지기 쉬운 자기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강력한 의미다.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다. 인은 사람들이 꿈꾸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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