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휘장

봉황(鳳凰)은 용과 마찬가지로 상상상(想像上)의 새다. 중국에선 고대부터 봉황·용·기린·거북을 사령(四靈)이라고 하여 고귀하게 여겼다. 봉황은 그중에서도 상스럽고 아름다워 신성시했다. 봉(鳳)은 수컷, 황(凰)은 암컷을 일컫는다.

봉황이 천자(天子·황제)를 상징한 것은 봉황이 나타나면 천하가 안정된다는 중국의 고대 전설에서 기인됐다. 나라를 새로 세운 황제가 도읍지를 옮기는 천도를 이래서 ‘봉성(鳳城)을 옮긴다’하고, 문에 봉황무늬를 새긴 궁궐을 봉궐(鳳闕)이라고 하고, 궁중 연못을 봉지(鳳池)라고 한 것이 이에 유래된다.

성군의 덕치를 상징하는 중국의 봉황사상이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고려시대다. 고려 중기 이후 중국의 궁중음악이 전래되면서 노랫말에 봉황이 들어가고 또 봉황을 나타내는 춤사위가 나왔다. 조선 초기에는 봉황음(鳳凰音)이라는 송축가가 있었다. 세종실록에 나온 악보 봉래의(鳳來儀)는 궁중무용으로 용비어천가를 부를 때 춘 춤이다.

봉황은 궁중이 아니고도 백성들 사이에 매우 친근하게 여겨졌다. 특히 금실이 좋은 새로 알려져 부부의 좋은 인연을 봉황새에 비유했다. ‘울밑에 벽오동 심어 / 봉황을 보잤더니 / 봉황은 아니오고…’는 봉황을 둔 시가로 봉황은 옛 시가문학 역시 많이 등장한다.

대통령의 봉황무늬 표장(標章·휘장)은 무궁화를 가운데 두고 암·수 두 봉황이 꼬리를 길게 늘린 채 마주보고 있다. 대통령 관저, 집무실은 물론이고 승용차 등 교통수단,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장 등엔 으레 이 봉황 표장이 그려져 있다. 대통령이 주는 임명장이나 표창장에도 있다. 대통령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1967년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로 시작된 봉황무늬 휘장이 41년만에 사라지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월25일 취임하면 청와대에 있는 봉황무늬 표장을 없애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에 행사 때 보면 휘장이 너무 권위주의적인 것 같더라”며 대통령과 국민 간에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보아져 폐지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도 봉황무늬 표장은 쓰지 않을 요량인 것이다.

봉황이 상스럽긴 해도 중국의 황제를 상징했던 고사를 보면 당선자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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