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사생활에 관대한 나라가 프랑스다. 구랍 애인을 데리고 이집트에 정상회담하러 갔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바로 그 애인인 브루니와 다음 달에 결혼을 발표했다.
두 번째 아내인 세실리아와 지난해 10월 이혼한지 석달도 안 되고, 새 애인으로 모델출신의 가수인 브루니를 만난지 한 달도 안 되어 결혼을 하는 것이다. 오는 24일엔 인도를 국빈방문한다. 이에 인도 정부에서는 사르코지와 애인 관계인 브루니를 영부인으로 대접할 수도 없고 보통 예우를 하기에도 그렇고 해서 난감한 모양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사르코지는 취임하자마자 우파 개혁의 칼날을 빼어들었다. 노조의 불법파업에 엄정대처하고 공무원을 대대적으로 감원, 조직의 군살 빼기에 나섰다. 사르코지에게 당하는 반대세력 가운데서 대통령의 애인 동반외유에 비난이 나올법도 한데 어떻게 된 것인지 아무 소리가 없다. 정치인의 사생활에 엄격한 미국과 비하면 아주 판이하다. 미국에선 예컨대 지난해 12월 크레이그 상원 의원의 동성애 논쟁으로 정가에 파문이 일었다.
일본 마스다 총무부 장관은 국내 드라마 ‘대장금’의 주연 배우 이영애씨의 친필 사인이 든 사진 두 장을 받고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보로 간직하겠다”고 까지 말했다. 지난해 10월31일에 있었던 일이다. 한·일 행정자치분야 장관회의에 참석하러 일본에 간 박명재 행자부 장관이 준 선물인 것이다. 박 장관은 마스다 장관이 평소 지니고 다니는 열쇠고리에 자그마한 이영애씨 사진을 매달고 있을만큼 열성 팬이란 걸 알고 그같은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그렇긴 해도 공식 행사장에서 외국 배우의 사진을 받고 ‘가보’를 들먹일 정도로 기뻐하는 것은 채신머리가 없어보이는 데도 일본 언론에선 그같은 가십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한국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 사르코지의 애정 행각이나 마스다의 사진 가보는 문화의 차이다. 한국문화와 프랑스문화, 일본문화의 차이점인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고 안 좋고 하는 것을 가릴 계제가 안 되는 각기의 고유문화다. 그리고 이런 고유문화의 차이는 상대에게 존중해야 이쪽 고유문화도 존중받는다. 상대의 것이 이해가 안 된다 하여 무시하면, 이쪽의 것도 무시 당하는 것은 국제 사회나 개인사회나 마찬가지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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