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문소리는 눈물이 많다고 한다. 영화를 촬영하며 또는 여배우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서도 눈물을 잘 흘린다. 문소리는 “예전엔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요. 이젠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전엔 나를 우습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젠 진심을 알아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한다. 영화배우 특히 여우에게 눈물연기는 필수적이지만 영화계에선 문소리의 ‘눈물’을 ‘솔직한 울보’라고 한단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돌풍에 밀려 예상 밖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힐러리는 눈물을 글썽이는 감정적 호소까지 하면서 예비선거에 임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뉴욕타임스, A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힐러리가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평소의 차가운 이미지를 뒤집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여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유권자 16명과 티타임 형식의 간담회를 갖던 힐러리는 처음엔 평소와 다름 없이 논리정연하고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어떻게 그렇게 늘 씩씩해 보이느냐”는 질문을 받자 “쉽지는 않다”고 답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내가 다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준 이 나라가 뒷걸음질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목소리가 떨렸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의 눈물은 힐러리가 얼마나 힘들게 고비를 넘기고 있는지를 보여주지만 그러나 ‘눈물 한 방울’ 역시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고 외신은 전한다. 정치인들의 쇼맨십과 문소리 같은 배우 기질은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여실히 나타났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눈물은 가식이 없는 눈물이란 생각이 들어 예감이 좋다.
“곰국을 끓이다 보면 더 이상 우려낼 게 없을 때 / 맑은 물이 우러나온다 그걸 보면 /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뽀얀 국물 다 우려내야 나오는 / 마시면 속이 개운해지는 저 눈물이 / 진짜 진주라는 생각이 든다 / 뼈에 숭숭 뚫린 구멍은 / 진주가 박혀 있던 자리라는 생각도 / 짠맛도 단맛도 나지 않고 / 시고 떫지도 않은 물같은 저 눈물을 보면 /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 / 뭔가 시원하게 울어내지 않았다는 생각 / 이 뽀얗게 우러나온다” - 성미정의 詩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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