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시대에 쥐는 ‘황금 쥐’로 통할 만큼 각별한 존재다. 쥐는 인간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 생명 현상의 이해 등에 없어선 안 될 동물이다. 전 세계에서 한 해 3천만 마리, 한국에서 연간 300만 마리의 쥐가 실험용으로 사용된다.
쥐는 진화 계통상 인간과 동일한 포유류다. 과학자들은 인간과 쥐가 약 7천500만~1억2천500만 년 전 살았던 ‘이오마이아 스캔소리아’라는 동물로부터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과 쥐는 진화 계통에서 보면 먼 친척뻘인 셈이다.
쥐는 색맹이다. 쥐는 파랑·노랑· 회색 계열의 색밖에 보지 못한다. 미국 UC센타바버라대 제럴드 제이콥스 박사팀은 사람의 X염색체를 쥐에 이식해 컬러를 볼 수 있게 했다고 2007년 5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었다. 쥐가 후천적으로 컬러에 필요한 유전자를 얻어 신이 만든 색을 다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 이전까진 인간처럼 컬러를 볼 수 있는 빨강·파랑·초록 삼원색 유전자를 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이 실험으로 유전자 하나가 인류에게 세상을 컬러로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쥐가 유전자 시대에 ‘황금 쥐’로 불리게 된 데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있었다.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 넣거나 빼내는 기술은 쥐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그 이후 특정 유전자를 빼낸 수천 종의 쥐가 만들어졌다. 고양이에게 대드는 겁 없는 쥐, 털이 없는 쥐, 파킨슨 병에 걸린 쥐, 일반 쥐에 비해 네 배 정도 큰 쥐, 유전자 수백만 개가 없어진 쥐 등 유전자 변형 쥐가 속속 등장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에디 루빈 박사는 쥐의 유전자 중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은 염기 230만 쌍을 빼내 버렸다. 그래도 생식 능력에 이상이 없었으며 질병에도 걸리지 않았다. 빼낸 염기들은 사람의 유전자에도 70% 정도 있다. 과학자들은 그런 유전자를 ‘정크(쓰레기)DNA)’라고 부른다. 유전적으로 보면 이들 쥐는 신이 아닌 인간이 만든 새로운 종이다. 유전자가 변형된 쥐는 잡종이 섞이지 않는 한 대대로 그 종을 보존하며 새로운 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대든다’는 말은 속담이 아니라 과학적 실험 결과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