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와 당선인

언론의 이명박씨에 대한 호칭이 갑자기 바뀌었다. 대통령 당선자라고 했던 것을 이명박(대통령)당선인 이라고 호칭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측의 그런 호칭 변경요청이 있었던 것 같다. 호칭 변경의 근거는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에서 당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者)와 인(人)의 개념 차이다. 자(者)는 사람을 얕잡아 말할 때 흔히 쓰긴 한다. “그 자가(어떻고)…”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어진 사람을 가리키는 인자(仁者)로 쓰인데서는 얕잡아 보는 말이 아니다. 물론 국어대사전엔 같은 뜻인 (仁人)이란 말이 있지만 경험법칙상 ‘인인’이라기 보단 ‘인자’라고 하는 것이 통념이다.

자(者)는 어조사자다. 실질적인 뜻은 없는 한문의 토씨로 조어(助語)다. 어(於·늘어) 야(也·이끼야)도 역시 조어다. ‘야’의 경우 어떤 문장 끝에 ‘무슨 무슨也(야)’라고 끝내는데 쓰여 ‘야’(也)자 자체엔 者(자)처럼 아무 뜻이 없는 어조사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당선인이라고 규정한데 비해 헌법에서는 자(者)로 규정해놓고 있다. 헌법 67조 (대통령의 선거·피선거권)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者)는…’ 이렇게 돼있다. 같은 조문 2항은 ‘당선자’라고 못박았다. 이렇다면 하위 법률인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보단 상위 법률인 헌법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같은 유권해석을 내렸다.

실제로 이명박 당선자로 하는 것보다 이명박 당선인이라고 하니까 어색하게 들린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당선인이란 말이 당선자라는 것 보다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당선자라고 한다고 해서 ‘그 자(者)…’라고 할 때 쓰이는 자(者)처럼 얕잡아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자(仁者)로 쓰는 자(者)처럼 성스럽게까진 안 볼지 몰라도 당선자가 결코 하대하는 지칭은 아닌 것이다.

또 당선자면 어떻고 당선인이면 어떤가, 다 그 말이 그 말인 터에 인수위의 신경과민은 이도 아부의 일종이 아닌가 싶어 벌써부터 걱정된다.

아무 문제될 게 없는 지칭을 굳이 문제삼는 형식논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실용주의 노선에도 위배된다. 쓸데없는 말초적 신경을 쓰기보단, 큰 국량으로 차질없는 정권 인수를 하는데 신경을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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