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장삿속은 신용제일주의다. 화교들이 세계 도처에서 부동의 상권을 쥐고 있는 저력이 바로 신용인 것이다.
예를 든다. 돈을 빌리고 갚는 날짜에 한 치의 빈틈없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국 상인들의 신용이다. 국내에 중국인 직영의 자장면 집이 많았을 때, 이들의 식재료와 조리법은 철저한 신용주의로 일관해 돈을 벌어들였다.
미국과 버금가는 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안 들어 오는 제품이 없다.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각종 제조업상품이 기계공업에서 수공업상품에 이르도록 쏟아져 들어온다. 심지어 된장 고추장이 다 들어온다.
이들 중국 상품은 무척 싼 게 특징이다. 더러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되어 문제가 되긴 하지만, 값싼 중국 제품을 선호하는 서민층 소비자들이 적잖다. 요즘 같이 물가가 오를 땐 서민층 소비자들은 싼 중국 상품이 있는 게 고마울 정도다.
그런데 이런 중국 상품 가운데 엉터리가 많다. 중금속 등 환경오염이 됐거나 아니면 유명 업체의 상표를 도용하는 가짜제품 등이 허다하다. 신용제일주의의 신화적 중국 상혼(商魂)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 신용에 불신시대가 번져가고 있다.
중국측에서도 하는 말은 있다. 중국서 기업을 경영하는 한국인들이 불량 제품을 만들어 한국에 수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몹쓸 한국인들이 물론 없진 않으나 전적인 이유는 될 수 없다. 중국이 기업하기 좋다는 것은 옛말이 돼간다. 당국의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뭣보다 중국 기업의 부당경쟁이 심화하고 사기가 성행한다.
관리들의 부패 또한 날로 극심하다. 중국 정부는 부패관리의 숙정에 힘쓰고 있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예금횡령, 사기계약, 뇌물공여, 사기대출, 세금포탈 등은 자본주의형 범죄다. 고도성장의 돈맛에 이골이 난 중국인 사회는 지금 돈 되는 일이라면 수단방법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한국인 사회 역시 자본주의 범죄가 많다. 그러나 중국이 이에 심각한 것은 그같은 범죄가 보편화한다는 사실이다. 국경없는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국경은 신용이다. 신용은 세계시장의 무형자산이다. 한국 제품도 신용을 더 축적해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우리도 우리지만, 이웃 중국 시장의 신용이 점점 더 타락해가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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