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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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500여년 전 중국 상나라의 법률엔 ‘재를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은 손을 자르는 형벌’에 처했다고 한다.

재 이외의 쓰레기가 없었던 고대 농촌 사회에서 재는 일종의 거름이었다. 재와 분뇨는 논밭에 뿌리면 비료가 되지만, 길거리에 버리면 옷과 음식을 더럽혀 피해를 준다. 일찍이 쓰레기의 재활용을 염두에 둔 지혜로운 처리법이라고 하겠다.

‘쓰레기’는 성분에 따라 처리가 다르다. 재와 분뇨로 이루어진 전통 쓰레기는 농촌에선 보배다. ‘백만 섬의 분뇨를 버리는 것은 백만 섬의 곡식을 버리는 것과 같다’는 말은 요순 시대 이래 지금까지 중국에서 내려오는 전통이다.

일본은 90여년 전까지도 분뇨를 사고 팔았으며, 선금을 주고 예약을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중국의 분뇨처리 방식에 감탄하며 상세히 소개하였다.

반면 농사를 짓지 않는 대처에선 쓰레기 처리가 곤란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도로와 하천에 오물들을 쏟아내 악취와 파리가 들끓었다. 옛 도시들은 그 규모가 클수록 잦은 병에 시달렸다. 통일신라 전성기 때 경주는 10년이 멀다 하고 천연두가 유행했으며, 19세기 파리에서도 수차례 콜레라가 휩쓸고 지나갔다. 더럽고 불결했던 유서 깊은 도시들이 깨끗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문명은 청소와 함께 발전했고 근대화는 하수시설이나 위생 대책과 같은 ‘도시 대청소’가 있기에 가능했다. 조선시대엔 쓰레기만 치우는 관직이 있었다. 내시부에 정8품의 비교적 높은 관직을 두어 궁궐 내 청소를 담당케 하였다. 하지만 궁궐에만 국한된 일이었다. 일본강점기엔 서울을 청소하는 인부들을 고용해 대대적인 시설 정비에 나섰다. 근대 사회가 청소 작업과 함께 성장해 온 이면을 보게 된다.

장자가 “만물은 하나다. 냄새나고 썩은 것은 신기한 것으로 변하고, 신기한 것은 다시 냄새나고 썩은 것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오늘날 쓰레기의 ‘재생과 순환’을 강조한 셈이다. 몽골의 유목민족처럼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남은 것을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방식도 관심이 간다. 신석기 시대의 패총(貝塚), 조개껍질을 한 곳에 버렸다는 것은 공동생활의 규범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요즘 농촌지역에 마구 버려지는 도시의 쓰레기들 때문에 썩어가는 산야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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