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예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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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해 무자년(戊子年)을 맞아 쥐를 예찬(?)하는 글들이 많이 나와 재밌다. 14세기 중세 유럽에 창궐했던 ‘페스트’는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갔다. 당시 페스트의 원흉으로 지목받았던 게 쥐들이었다. 그러나 쥐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쥐들 역시 페스트의 희생자였다고 쥐를 옹호한다.

전염력을 갖고 쥐에 빌붙어 살던 쥐벼룩이 죽은 자기 숙주(宿主·寄生 생물이 기생하는 생물)를 서둘러 떠나면서 숙주를 가리지 않고 옮겨 붙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란다. 이 현상은 유럽의 비대화한 도시와 불결한 환경, 인구과잉으로 기인한 것이었지 결코 쥐의 탓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구상에는 약 4천 종의 포유동물이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50% 이상이 쥐(Rodentia)다. 게다가 쥐라는 이름을 가진 땃쥐, 박쥐 등까지 포함하면 땅 위에 사는 포유동물은 거의 대부분이 쥐와 관련있다고 하겠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쥐를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쥐의 꼬리가 길다거나 눈이 작다거나 병을 옮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이 작아서 싫다면 사슴이나 다람쥐를 보길 바란다. 이들의 커다란 눈망울은 아주 매력적이다. 꼬리가 길어서 싫다면 햄스터나 다람쥐를 사랑하면 된다. 병을 옮기는 쥐는 시궁쥐 등 일부에 불과하다”고 쥐를 예쁘게 귀여운 쪽으로 설명한다.

요즘 쥐는 모든 약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생물학적 안정성을 확인시켜 주는 주 재료로 쓰인다. 심지어 이들 쥐는 실험에서 살아나도 최종적으로 온몸을 해부 당해 내장까지 확인시켜 주고 생명을 끝낸다. 쥐의 희생이 없이는 어떤 약물도 세상에 빛을 볼 수 없는 셈이다.

쥐들은 인간을 위해서 희생양이 되면서도 날로 번성하고 새로워진다. 쥐는 최초의 포유류로서 인간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지진을 예측해 맨 먼저 집을 빠져나가는 지혜로운 동물, 쥐들은 가족 질서가 매우 뛰어난 동물이란다. 야외에서 들쥐들을 연구해보면 수컷은 여러 암컷을 거느리고 있는 일부다처이며 암컷은 가족을 보호하는 능력이 매우 강하다. 암컷 쥐는 새끼가 성장하면 새끼에게 둥지를 물려주고 자신은 다른 곳으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떠날만큼 자식 사랑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쥐띠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쥐띠 여자들은 모성 본능이 강하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쥐띠냐’는 쥐띠생들이 못마땅해 할 일도 아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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