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붙이라면 마구 뜯어가는 불가사리판 도둑이 설친다. 안양시 범계동에서는 며칠전 가로수 보호용 철제덮개 9개가 사라진 것을 비롯해 근래 모두 91개의 철제 덮개를 수차에 걸쳐 도둑 맞았다.
울산에서는 스테인리스 교문을 통째로 도난당했다. 높이 1m, 길이 10여m로 무게가 자그마치 100여㎏에 이르는 교문을 밤에 트럭을 대고 뜯어간 것이다. 이런 교문 도난이 한 번도 아니고 며칠새 4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남의 가정집 대문도 훔쳐간다. 철제 대문이 낡은 것으로 빈집일 것 같으면 백주 대낮에 뜯어간다는 것이다. 이웃에서 뭐라고 하면 ‘새것으로 가는 주문을 맡았기 때문’이라면서 철공소 사람을 가장해 뜯는다는 것이다. 공공기물 철제로는 가로수 덮개 뿐만이 아니고 맨홀 뚜껑을 들어가기도 한다.
철광재 원자재 값이 오른 바람에 고철값 또한 근래 ㎏당 250원으로 10%가량 올랐다. 인천에서도 고철값이 올라 갖가지 고철 도둑이 극성을 부린다는 소식이다. 훔친 철제 대문이며, 가로수 덮개, 맨홀 뚜껑 등이 가는 곳은 이를 고철로 사들이는 고물상이다. 고물상 역시 장물인 줄을 모르지 않으면서 마구잡이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경찰의 단속에도 고물상 장물아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모양이다.
불가사리엔 두 가지가 있다. 상상속의 짐승으로 쇠를 닥치는대로 먹어 치운다. 곰 같은 모양에 코끼리 코, 무소의 눈과 소의 꼬리에다 호랑이 다리를 가진 불가사리가 고려말 개경에 나타나 쇠붙이라면 농기구까지 먹어치웠다는 설화가 있다. 또 하나의 불가사리는 불가사리강(綱)에 속하는 바닷속의 극피동물을 말한다. 마치 별 모양 같은 노란 색의 이 극피동물은 해저의 생태계를 교란시켜 어장을 망치곤하여 어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요즘 극성을 부리는 쇠붙이 도둑은 쇠를 닥치는 대로 훔쳐 상상속의 동물 같은 불가사리이면서,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불가사리강의 극피동물과도 비슷하다. 오죽했으면 그같은 것을 훔쳤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생계형 도둑 치고는 참 고약하다. 이도 세태의 반영인가 싶어 입맛이 영 개운찮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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