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본좌’

“박정희 대통령에게 새마을운동을 권유했습니다. … 비밀 보좌관이었으니까요. 비밀 보좌관이기 때문에 임명장은 물론 없고, 박 대통령과 저 외에는 비서실 사람도 아무도 모르죠”

12·19 대선 후보로 나왔던 허경영씨의 얼마전 방송 멘트다. 케이블방송 21 ‘스토리온’ 토크쇼에서다. 그러고는 사회자의 다그친 질문에 한다는 소리가 “5년후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모든 증거를 제시하죠. 지금은 곤란합니다”라는 것이다.

방송사측이 새마을운동중앙본부에 확인해도 ‘허 총재님’(경제공화당)에 관한 기록은 없더라고 하니까 그같이 황당한 말을 하는 것이다. 허씨는 58세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게 1970년이므로 38년 전이다. 그때 허씨 나이는 기껏 20세다.

대선에서 60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70만원 지급 등 돈키호테 같은 공약을 내걸어 세인의 눈길을 끌었던 그는 역시 돈키호테 같은 미완성 1인 정당의 경제공화당 총재를 자칭, “총재님…” 소릴 들어가며 선거후 여러 방송을 섭렵했다. 세인의 호기심을 자극, 시청을 유도한 그같은 방송에 그의 너스레가 시사성은 고사하고 오락프로로도 얼마나 유익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영등포경찰서에서는 취조중인 여성 경찰관에게 대뜸 “당신의 간이 좋지않다”고 하여 어제 신체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건강하다는 면박에 “신으로부터 병을 보고 고치는 능력을 받았다”고 되레 큰소리 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허씨가 선거때 배포한 공보에 실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합성사진임을 밝혀내고 과장 등 선거법위반 혐의, 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혼담설을 퍼뜨려 명예훼손으로 피소된데 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네티즌 사이에서 그를 ‘허본좌’라고 하는 ‘본좌’는 본인 스스로 최고의 왕좌에 있는 것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정의에 불탄 돈키호테는 과대망상에 빠졌어도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던 점에서, ‘허본좌’의 과대망상은 사회를 농락한다고 보아 문제가 적잖다.

이런 그가 대선에서 0.4%(9만6천756표)로 군소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허본좌’ 같은 이가 출현, 행세하게 된 것도 정치권의 병리현상이 그만큼 깊은 탓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