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수백만년 동안 인간과 함께 하며 갖은 핍박과 억압을 받아 오면서도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거한 양면성을 가진 동물이다. 쥐의 앞 발가락은 네 개인데, 뒷 발가락은 다섯 개인 것도 쥐를 양면적 존재로 보는 근거 중 하나다.
우리 조상들은 쥐를 혐오하면서도 쥐가 집에 없으면 불이 난다거나 집이 무너진다며 불안해 하였다. 서구 영화에서도 지진 발생이나 화산 폭발 등의 재앙을 예고할 때, 쥐가 떼지어 이동하는 장면을 내보낸다. 또 서양 선원들 사이에서는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에는 타지 않는다’는 속설이 전해왔다.
쥐의 임신 기간은 21일, 한쌍의 쥐가 10마리씩 1년에 5번 새끼를 낳을 경우 3년 후엔 3억 마리가 넘는 천문학적인 무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엄청난 번식력으로 쥐는 다산의 으뜸 상징이 되면서 아들 자(子)로 표시됐다. 子는 또 자(玆), 자(滋)와 음이 같아 무성하다거나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쥐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면서도 부지런해 먹을 것을 철저히 준비해 놓는 짐승이다. 근면, 저축성으로 당연히 생산력과 재물의 증대가 따를 수밖에 없다. 쥐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뀌고 있는 이유다.
성인 세계에서 ‘더럽다’ ‘약삭빠르다’는 식의 쥐에 대한 고정관념이 동심세계에선 완전히 달라졌다. ‘귀엽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34%, 심지어 ‘쥐’류를 키워보고 싶다는 아이들이 58%에 달한다. 쥐띠 어린이들은 더욱 환호한단다.
행사도 많다. ‘쥐’캐릭터의 대명사로 꼽히는 디즈니 캐릭터 ‘미키마우스’는 2008년 쥐띠 해에 탄생 80주년을 맞는다. 한국 월트디즈니의 트레이드 마케팅팀은 올해를 ‘2008년 미키마우스의 해’로 이름 짓고 각종 라이선스 행사를 1년 내내 펼친다. 미키마우스 캐릭터 상품도 인기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쥐의 해를 맞아 연초부터 하늘다람쥐, 기니피그, 청서 등 쥣과의 이색 설치류 등을 전시하는 ‘마우스빌리지’를 운영한다. 애완용 쥐도 좋아한다. 영화 ‘라따뚜이’가 인기를 끈 뒤 영국에선 개봉 열흘 만에 애완용 동물 숍에서 쥐 판매가 12%나 늘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햄스터’와 ‘팬더 마우스’ 등 애완용 쥐류가 인기다. 인간들이 열어주는 그야말로 ‘쥐의 전성시대’다. 그럴싸해서 그런지 쥐가 귀엽게 느껴진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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