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내 사랑

“총리할 사람은 많이 있지만 우리집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67)의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총리는 앞으로 세계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를 펼치며 해야할 일이 많다”고 언급한 이튿날 지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총리 후보군에 오르는 것을 스스로 고사한 이명박 맨의 손 총장 부인 박경자씨(65)는 암과의 투병중이다. 1년전에 폐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인이 회복되어 전처럼 집근처 양재천을 나란히 산책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고 한다. “총리하다가 우리집 사람이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그건 내 천추의 한으로 남을텐데…”라며 목맺히어 하더라는 것이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남편은 없을 것이다. 그렇긴 하나, 일국의 재상에 오를 수 있는 검증기회를 오직 아내를 위한 마음에서 고사한 노부부애가 참으로 지고 지순하다.

주권재왕(主權在王)의 왕조정치 영상이나,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정치 총리나 막중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고위직임엔 틀림이 없다. 옛 정일품의 영의정 벼슬자리에 해당하는 국무총리직은 아무리 민주사회라지만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손 총장인들 그런 명예욕이 없을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기회를 더 지키기 위해 명예의 기회를 버렸다. 하긴, 영국의 에드워드 8세는 1937년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렸지만 상대가 되는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합은 재혼이고, 또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왕실의 얘기다. 그러나 손 총장의 지극한 아내 사랑은 곧 우리 일상의 얘기면서도 각별하다.

이명박 차기 정부의 조각을 위해서는 총리가 먼저 나와 각부 장관인 국무위원의 제청이 있어야 한다. 첫 총리 후보가 압축되는 가운데 조만간 국회 동의를 위한 지명이 임박하다 보니 어느 신문에 보도됐던 손 총장 부부애가 새삼 생각킨다.

근래 보기드문 아름다운 정담이다. 뭣보다 가슴에 와닿는 것은 ‘총리할 사람은 많이 있지만 우리집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한 말이다.

/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