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의 연예인 ‘파파라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지지대子가 오래전 서울신문에서 여의도 방송가에 출입할 때다. 한 번은 여성 탤런트가 간통을 했다하여 경찰차에 실려가는 것을 보고 취재기자며 카메라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북새통을 피우는 한심한 장면을 목격했다.
“임 형은 왜 보고만 있어요?” 친면이 있었던 드라마 PD의 질문이었다. “눈으로 취재하잖아!” “가서 질문도 해야죠…” 그는 손놓고 있는 내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탤런트가 뭣을 했던 그건 사생활이다. 사생활은 그의 개인 문제다. 흔히 연예인 더러 공인이라며, 그래서 사생활을 알 권리가 있다지만 궤변이다.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나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닌 연예인이 무슨 공인이란 말인가, 개인 돈벌이로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직업인일 뿐인 것이다.
또 한 번은 부장이 어디서 들은 그 무렵 인기 절정이던 여성 탤런트의 스캔들을 나에게 말하며 취재해보라는 것이다.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을 그냥 지내다가 마침 조용한 시간에 여의도서 우연히 만나 들어두었던 얘기를 했는데 들려준 정보는 너무도 정확했다.
그녀는 그만 목덜미까지 빨개지면서 한동안 아무말 않더니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하는 것이다. “?!” 순간 한다는 소리가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웠다. “건강한 사람이 연애 안하겠나, 해도 다른데 안 새도록 관리를 잘해!”하고는 내가 민망해서 먼저 일어나 음료수 값을 내고 커피숍을 나섰다.
부장에게는 엉터리 정보라고 보고하고는 얼마 뒤 술자리에서 실은 이랬다며 사실대로 얘기했더니 “성인군자 아닌, 성인군자”라며 놀려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 뒤엔 방송사에서 만나도 서로 내색않고 지냈던 그녀는 지금 현모양처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지난 2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수 나훈아씨(61·본명 최홍기)가 밝힌 이니셜 보도의 횡포는 시정돼야 할 문제점인 것이 맞다. K양 L양 해가며 휘둘러대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는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다.
연예인에게도 사생활은 있다. 명색이 대학나온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연예인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시시콜콜한 ‘파파라치’ 노릇을 한대서야 언론이랄 수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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