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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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의 유래는 먼 고대로 올라간다. 중앙 아시아를 중심으로 동쪽인 한국· 중국· 일본에선 국수로, 서쪽인 유럽은 빵으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밀로 만든 음식이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 3국에 퍼진 것은 기원 전 200년께 중국 대륙에서 밀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밀에서 얻은 가루를 면(?)으로 불렀다.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으로 면보다는 국수라는 표현을 쓰는데 ‘바로 뽑아낸 면을 물에 담갔다가 손으로 건진다’하여 국수라고 하기도 하고 ‘밀가루인 면을 국물에 담가서 먹는다’고 국수라 부른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국수를 먹었는진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국수가 문헌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이 쓴 여행기 일종인 ‘고려도경’을 통해서다.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은) 제례에 면을 쓰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고 기록하고 있다. 문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국수는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생일, 혼례, 또는 손님 접대용 별미식으로 인정을 받았다.

지역별로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는 메밀 국수를 주로 먹는 반면, 경기도는 녹두전분 국수, 영남·충청은 밀로 만든 국수를 먹었다. 북쪽지역에선 남쪽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국수를 즐겼는데 바로 냉면이다. 추운 북쪽 지역에서 오금까지 저리도록 시원한 냉면을 좋아했다.

특히 함흥지역은 예로부터 국수가 맛있기로 유명했다.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메밀가루를 주재료로 생선회를 넣어 비빔국수 형태로 만들어 먹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계승돼 함흥냉면이란 고유명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꿩 삶은 국물에 굵은 면발이 특징인 평양냉면은 함흥냉면과는 또 다른 맛으로 사랑을 받는다.

우리나라 대표 면요리인 칼국수만큼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음식도 없다. 농촌지역에선 닭 육수에 애호박과 감자 등을 넣어 만들고 산간지방에선 멸치장국, 해안 지방에선 바지락장국으로 끓인다.

면요리는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 들었다.

요즘 시중에 칼국수집이 많지만 예전에 앞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에 온 식구들이 둘러 앉아 먹던 칼국수맛에 비하면 아무래도 맛이 좀 덜하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구수한 칼국수를 먹고 싶을 때가 많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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