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골키퍼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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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녀 핸드볼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데는 남자팀의 골키퍼(goal Keeper) 강일구 선수, 여자팀의 오영란 선수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들 두 골키퍼는 1월 29일과 30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최종전에서 골문을 철벽같이 지켰다.

여자대표팀 주장인 오 선수는 10차례나 선방을 해내 여자팀의 승리를 이끌어냈고, 강 선수의 활약도 대단했다. 강 선수는 남자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절묘한 방어로 한국의 골문을 수비했다. 일본 공격수의 슈팅을 13차례나 막아 냈으며 1대1 상황에서도 9차례나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한국의 공격이 침묵을 지키던 후반 13분쯤부터 10여분 동안 7개의 완벽한 슈팅을 막아냈다. 승리의 주역이 됐다.

강 선수는 그동안 선배 한경태(스이스 오트마) 선수에 밀린 후보였다. 하지만 컨디션이 최고에 올라 있는 것을 지켜본 김태훈 감독이 주전으로 내보냈다. 강 선수는 신들린 듯 슈팅 17개를 막아내며 후반 막판 2점 차로 쫓기기도 한 한국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강 선수는 경기 직후 “작년 9월 기존 예선 일본전 비디오를 자세히 분석하면서 주요 선수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주전으로 뛰라고 하셔서 각오도 새롭게 다져 잘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일구 골키퍼와 오영란 골키퍼는 부부지간이다. 2002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한 게 인연이 돼 결혼했다. 경기 중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남편을 찾아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오 선수와 마찬가지로 강 선수 역시 한국응원단에 있는 오 선수에게 손을 흔들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강 선수는 “‘잘 해라’며 힘을 불어 넣어준 아내가 정말 고맙다”면서도 “결혼한지 오래돼서 예전처럼 다정하지만은 않다”라며 웃었다.

“부부가 함께 베이징에서도 열심히 막아서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다짐도 했다. 한국 남녀 핸드볼대표팀에서 골키퍼로 맹활약하는 부부 선수의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강일구 선수는 32세, 오영란 선수는 36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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