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화갑(전 민주당 대표) 권노갑(전 민주당 고문) 등 3명은 김대중(전 대통령)을 보스로 둔 3인방이다. 세상이 다 아는 동교동계 가신으로 권노갑·한화갑·박지원 순으로 김대중의 측근이 됐다.
이를테면 권노갑은 좌장이고 박지원은 그중 막내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협력관계이기 보다는 세 개의 솟발처럼 서로 각을 이룬 정립관계에 있다. 김대중의 집권시절 역시 그랬다. 서로 견제하면서도 서로 무시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런 정립관계는 김대중의 용인술이기도 하다. 용인술이긴 하지만 때로는 김대중 자신도 불편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다. “국회에 나갈 생각입니다” 권노갑의 말에 김대중은 “암,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나가야지…”했지만 내심은 달랐다. 고민이 됐으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박지원이 한 번은 “무슨 고민된 일이 있습니까?”하는 말에 “글쎄 노갑이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구먼, 그만 이젠 당에 있어주면 좋겠는데…” 김대중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걱정마십시오, 제가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박지원은 이윽고 권노갑을 만나 “윗 분의 뜻을 왜 그렇게 헤아리지 못하느냐”고 힐난조로 타일러 마음을 바꾸도록 했다.
김대중에게 동교동 3인방은 다 수족같은 사람이다. 권노갑은 자금관리, 한화갑은 조직관리, 박지원은 주변관리에 수완을 발휘했다. 그런 가운데 특히 박지원을 언제나 가장 가깝게 곁에 둔 것은 자신의 의중을 꿰뚫어 무슨 일이든 입안의 혀처럼 깔끔하게 처리해주곤 하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김대중의 표정만 보고도 마음을 읽는다는 사람이다.
동교동 3인방이 오는 4·9 총선에서 저마다 전남 목포 출마를 다지고 있어 물밑 격돌이 한창이다. 권노갑은 목포 선거구를 15대 때 김대중의 장남 김홍일(전 의원)에게 물려준 바가 있다. 총선 전에 복권이 될 것을 기대하고 지역구 되찾기를 위한 현지 여론조사도 한 모양이다. 한화갑·박지원은 지난 연말 사면 복권되어 움직임이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전한다.
목포는 김대중의 정치 고향이다. ‘김심’은 박지원에게 쏠려있다고 보아도 거의 틀림이 없다. 동교동 3인방의 목포 격돌은 새삼 권력관계의 무상을 느끼게 한다. 4·9총선에서 또 하나의 주목된 선거구가 될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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