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케네디’

최근 외신이 전한 영국의 한 언론보도는 버락 오바마의 암살을 예언했다. 흑인인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백인에 의해 피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백인들의 거부감이 점점 엷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가진 네브래스카와 워싱턴에서의 경선은 백인 표밭에서 오바마가 압승한 것이다. 힐러리를 애먹이고 있는 오바마의 기세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전례없이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 갈 것으로 보는 것이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며 재선 상원의원인 힐러리에 비해 오바마는 40대 초선 상원의원이다. 한데, 초선인 것이 더 신선감을 주는 것 같다. ‘국가 개조’를 부르짖는 그에게 ‘뉴 프론티어’를 강조했던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흑인 케네디’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그 자체가 이변이다. 힐러리가 되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오고, 오바마가 되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가 나오기 때문이다. 누가 되든 미국 정치사에 전례없는 새로운 기록을 장식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가 보이는 털털한 서민 풍모의 발랄함이 귀족형의 힐러리보다 더한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공화당의 현 부시 대통령이 흑인 지도자 붐을 불러 일으킨 점이다. 파월 전 국무장관, 라이스 현 국무장관 등 흑인을 중용한 것이 결국 오바마처럼 대통령 자리까지 겨냥하는 흑인 경선후보를 유발한 것이다.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부시는 자신이 속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겨룰 흑인 대통령 후보를 자신의 흑인 중용정책으로 낳은 셈이 된다.

공화당 8년 집권은 주기적으로 보아 민주당 집권의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미국 국민의 피로감은 오바마에 대한 호기심을 드높이는 가운데, 미국 경제마저 수렁에 빠져 공화당 정권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기묘한 것은 암살된 케네디와 같은 민주당으로 이미지마저 비슷해 ‘흑인 케네디’로 불리운 오바마를 가리켜 영국의 한 언론이 암살을 예언한 점이다. 만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가 불행히도 그같은 보도가 사실화하면 걷잡기 어려운 인종 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높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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