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제야의 밤이 특별한 것은 자정, 즉 0시를 기해 해가 바뀌기 때문이다. 섣달 그믐이 아닌 여느 때도 자정은 생활의 주요 부분이다. 가령 보험의 시효를 예로 들면 단 1분, 몇 초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나랏일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체제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됐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5일 자정에 소멸되면서 같은 시각에 이명박 당선자의 새 임기가 시작된다. 대통령이 있어야 할 정위치는 모든 지휘통제가 가능한 청와대다.
그런데 밤중인 자정에 퇴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가고 신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데 문제가 있다. 몸만 나오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사도 해야된다. 나가는 대통령이야 미리 이삿짐을 내보낸다지만, 들어가는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앉아있는데 이삿짐을 싸들고 들어가기가 난감한 것이다.
당초에는 노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 취임식이 있기 전날인 24일 청와대를 비우고 잠은 서울시내 호텔에서 자기로 했던 것을 예정을 바꿨다. 25일 아침까지 그대로 머물고는 당일 10시 취임식장에 참석하기로 해, 이명박 당선자는 부득이 안가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즉 25일 자정부턴 대통령이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지키고, 정작 임기가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밖에 있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 것이다.
전례로 보아선 노태우 대통령이 24일 자정을 청와대서 지낸 것을 잘못으로 본 김영삼 대통령은 24일 청와대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내주고, 김대중 대통령 또한 2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와대를 비워 취임식 전에 이사를 하도록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로 돌아갔다.
청와대서 하룻밤을 더 묵는 이유는 서울 시내에 사저가 있는 두 김 대통령과는 달리 마땅한 숙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시작되는 시각에 집무의 위치가 엇갈리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국사의 돌발 상황에 긴급히 대처하는데 시간대상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안가에서 아무리 대비한다 해도 청와대 같을 순 없다. 그러나 또 반대로 24일 자정 전까지는 물러갈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이다. 청와대 이사에 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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