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숫자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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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숫자를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해 왔다. 숫자에 행운이 깃들거나 나쁜 기운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숫자 4는 한문의 ‘죽을 사(死)’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빌딩 4층엔 뺛거의 F층이라고 써 놓는다. 중국인들은 8이란 숫자가 재물과 복을 의미한다고 믿는다. 숫자 8이 들어 있는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8분8초에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경기일보도 창간일이 1988년 8월 8일이다.

성경 속에도 행·불행의 숫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숫자 7은 축복을 상징한다(창12:2~3, 마1장). 창세기에서 나타난 대로 천지창조의 완성 기간이며 성취를 의미한다. 유대인들은 이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숫자 7로 해석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다. 하느님이 우주 만물과 사람을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제7일에 쉬셨기 때문에 휴식을 뜻하기도 한다. 서양인들이 7을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7을 완벽하고 신성한 숫자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됐다.

2008년의 숫자 8은 새 출발과 연결된다(창8:16, 마6장). 신약 산상 수훈에 있는 8복은 새 탄생, 새 출발을 의미한다. 산상 수훈은 천국 백성으로서 천국에 들어가기 전 이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새 백성으로서의 새 출발이다. 하느님의 심판인 홍수 때 살아남은 사람은 노아의 가족 8명이었다. 또 아브라함은 이삭이 태어난지 8일 만에 할례를 행하였다. 숫자 100은 선택, 가장 큰 결실, 아브라함이 100세에 이삭을 낳았음을 의미한다(롬11:5, 눅15:4).

성경 속 숫자 4는 춘하추동, 동서남북 등 세상과 관련된다(창1:14, 행1:8). 하느님은 넷째날에 빛과 어두움을 나누게 하셨다(창1;14~19). 또 자연인을 뜻하며 구원을 받지 못한 사람(배신자)을 의미하기도 한다. 숫자 6은 ‘저주’, ‘죄’, ‘마귀’를 상징한다(사6장, 마23장). ‘666’은 적그리스도의 이름이며 짐승의 숫자다. 66은 우상숭배를 상징하고, 60은 교만을 뜻한다. 히브리인은 숫자 6을 불완전하고 저주를 상징하는 숫자로 보기 때문에 6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을 때면 완전하고 축복의 숫자인 7이 되게 해석하거나 하나를 추가해 7로 끝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성경 속의 행운의 숫자, 불행의 숫자는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성경의 배경과 역사를 이해하는 덴 도움이 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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