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내각’

서울 반포아파트를 막 지었을 때다. “반포아파트에 들어갔어요!” “반포, 어디에요?” “뉴코아(백화점) 아시지요” “뉴코아 모르겠는데요…” “아? 뉴코알 모르세요?”

그러니까 30년이 거의 다 돼간다. 서울 여의도 MBC 로비에서 당시 방송국에 나갔던 지지대子가 유인촌씨와 망중한담을 나눴던 얘기다. 살기는 서초동 꽃마을에 살았지만 28번 시내버스를 타고 신문사가 있는 무교동 사이만 왔다 갔다한 처지로 처음 생긴 반포아파트며, 인근에 새로 문을 연 뉴코아백화점을 간 적은 미처 없었던 것이다.

그 유인촌씨가 오늘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그가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역으로 열사의 사막에서 동분서주하는 샐러리맨의 신화 ‘야망의 세월’ TV드라마에서 열연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자유업인 연기자 외에 중앙대 교수가 된 것은 원래가 학구파였으므로 노력의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가 된게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그토록 부자일 줄은 몰랐다. 소프라노 성악가인 부인 강혜경씨와 함께한 재산이 140억1천900만원이다.

장관 후보 15명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은 유인촌씨 외에도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 57억3천100만원을 비롯, 가장 적은 사람이 국방부 장관 후보인 이상희씨로 8억4천300만원이다. 평균 39억1천300만원으로 노무현 정부 첫 내각의 각료 평균 11억200만원 보다 약 3.5배다. 그래서 ‘부자내각’이란 말이 있다.

돈 많은 게 죄가 될 수는 없다. 부자가 다 탐관오리나 탈세, 부동산 투기를 해서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정당한 방법의 남다른 이재 수완과 노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부자가 많은 사회가 돼야 한다.

부자를 보면 마치 내것 뺏어간 것 처럼 사갈시하는 풍토는 매우 위험하다. 부자가 못된 게 세상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 또한 심히 부당하다. 예컨대 잉여가치설 같은 낡은 이념은 시대적 유물이 된지 오래다. 똑같이 버는데도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있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 흔하다.

문제는 ‘부자내각’이 아니고 재산 형성과정의 정당성 여부에 있다.

새 정부에 당부할 것은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 못사는 사람도 보람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해주기 바란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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