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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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心齋)’는 <장자> 의 ‘인간세’편에 나오는 윗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마음(心)을 재계(齋)하고 상대방을 대하라. 이것이 어려운 인간세상을 사는 지혜다”라는 말은 장자 처세 철학의 핵심이다. 장자는 공자와 그의 제자 안희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심재철학을 풀이했다. 안희가 공부를 마치고 위나라로 떠나면서 어떻게 위왕을 설득하여 훌륭한 군주로 만들지 고민하자 공자는 심재의 방법을 제시하며 윗사람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희는 우선 공자에게 자신이 위왕을 설득할 세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첫째, ‘인의(仁義)’와 ‘도덕’이다. 윗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명분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충신들이 폭군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사극에서 자주 듣는 “마마,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인의를 저바리지 마소서”와 같은 대사다. 이런 설득의 이면엔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여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려는 무의식이 내재돼 있다. 둘째, ‘단허(端虛)’와 ‘면일(免一)’이다. 단어는 겉으로 단정하고 마음을 겸허하게 하는 것이고, 면일은 부지런히 일하되 한결같이 하는 일이다. 부지런하고 단정하고 겸손하게 처신하며 윗사람에게 옳은 말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경우 윗사람이 겉으론 동의하지만 ‘너나 잘하세요’라고 속으로는 받아 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셋째, 내직(內直)·외곡(外曲)·상비(上比)다. 내직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게 보임으로써 상대방의 본성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외곡은 예절 바르고 고개 숙여 상대방에게 책잡히지 않는 자세다. 상비는 옛 성현들의 고사를 끌여들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때 인용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너무 복잡하고 타당하지 않으며 욕은 안 먹어도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할 것할 것이라고 장자는 말했다. 장자는 상식적인 소통 방법을 넘어 ‘심재’라는 방법을 주장했다. 마음을 재계하고 상대방을 대하면 다른 번잡스러운 방법 없이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고, 자신도 다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소통은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나아가 기(氣)로써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부모들은 이런 느낌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타이르고 소리치고 달랜다고 해서 자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는다. 기운을 통해 자식과 소통할 때 한 마음이 된다. 강요를 버리라는 뜻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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