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의 권력적 인간관은 잔인하다. 사자 같은 맹수도 자기 몸안에서 생기는 벌레로 죽는다. 마찬가지로 절대 권력을 가진 임금도 안에서 해치는 자들에 의해 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저서 ‘한비자-비내편’(備內篇)에서 이렇게 썼다. ‘임금이 아들을 너무 신임하게 되면 간신들은 그 아들을 업고서 그들의 사사로운 욕망을 이루려 든다. 그러므로 이태(李兌)가 조(趙)나라 왕에게 붙어서 임금의 아버지 주부(主父)를 죽게하여 실권을 잡았다.
임금이 처·첩을 너무 신임하게 되면 간신은 그 처·첩을 업고서 그들의 사사로운 욕망을 이루려 든다. 그러므로 한낱 광대이던 시(施)가 진(晉)나라 헌공(獻公)의 첩 여희(麗姬)와 결탁하여 본처 소생의 태자 신생(申生)을 죽이고 여희의 아들을 임금으로 세웠던 것이다.
대저, 처·첩처럼 가깝고, 아들처럼 친밀한 사이도 믿을 수 없거늘 그 나머지야 믿어서는 안된다’면서 측근의 발호를 경계토록 했다.
또 정법편(定法篇)에서는 법(法)과 술(術) 가운데 어느 것이 나라에 긴급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를 이렇게 했다. ‘추위에 먹지않으면 굶어죽고 옷을 입지 않으면 얼어죽으니,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법과 술도 마찬가지다. 법은 나라의 도덕성과 기강을 바로 세우고, 술은 치세의 능력이므로 법술(法術)은 곧 치국에 병행해야 할 두 수레바퀴와 같다’고 했다.
한비자는 무려 2천300여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한(韓)나라 사람이다. 엄한 형명(刑名)주의를 주창했다. 그의 고대사회 형명법술 사상은 현대사회에 딱들어 맞는 것은 아니다.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최고 권력자의 측근관리, 그리고 부리는 조정 신료의 법술 양립을 강조한 것은 지금도 귀담아 들을만 하다.
하나, 이런 말도 있다. ‘사람됨에 의심이 가거든 쓰지말고, 썼거든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능히 이유가 있는 용인술(用人術)의 잠언이다. 요컨대 부리는 이가 지니는 지덕(智德)의 총명이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변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한비자의 형명법술사상과 용인술의 잠언을 참고로 말하는 덴 이유가 있다. 본인의 지덕이 어느 정도인 지 두고 보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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