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가두 캠페인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대도시 백주대로에 경찰기마대, 경찰오토바이를 앞세운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가두 행진하는 광경이 등장했다. ‘바로 세운 교통질서 도약하는 선진한국’이란 플래카드를 두 사람이 양쪽에서 받쳐들고 보무당당히 행진하는 진풍경도 나타났다. 지난달 20일을 전후로 이런 행사들이 꽤 많았다.

강원경찰청이 주관 진행한 ‘2008 교통질서 확립을 위한 범도민 선포식’은 춘천시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새 정부의 국정기조인 ‘법질서 확립’과 관련해 범도민적인 붐을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마련된 이 행사엔 원주국토관리청,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모범운전자회 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 행사 뒤 펼침막과 팻말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대구경찰청도 대구 종각네거리에서 경찰관 등 100여명과 기마경찰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를 위한 기초질서 확립 캠페인’을 가졌다.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렇게 각 지방경찰청이 결의대회와 캠페인 등 ‘전시성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는 것은 어청수 경찰청장이 기초·교통질서 확립 방안 등을 마련하고 실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지만 기마경찰이 등장하는 등 떠들썩한 행사를 벌이는 건 시대 착오적이다. 전형적인 관변 단체들의 캠페인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경찰이 거리행진을 하며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시민들이 “ 그렇다면 지금까진 경찰이 법질서 확립을 안 했다는 것이냐”고 조소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한 지방경찰청은 집회신고도 하지 않은 채 거리행진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고, 인권·시민단체들은 “경찰 스스로가 강조해 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해가며 법질서 확립 캠페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라며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0~70년대 가두 캠페인은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다. 멋 있는 유니폼을 입은 남녀 고교생들의 밴드부나 고적대를 앞세워 실시한 새마을 운동, 자연보호 , 납세의무 이행 등 가두 캠페인은 시민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하면서 나름대로 목적 의식을 고취시켜 주었다. 하지만 경찰기마, 경찰오토바이를 앞세운 공공기관 캠페인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위압감을 주고 볼썽만 사납다. 경기경찰청, 인천경찰청은 이런 캠페인을 하지 말기 바란다. /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