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씨 살판 났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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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을 역임한 노무현씨는 요즘 무척 행복해 보인다. 2월 25일 청와대를 떠나 돌아온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는 서울과는 달리 1만명이 넘는 환영 인파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1만여명의 군중이 200여m 이상을 줄지어 늘어서 태극기와 노란 풍선을 흔들며 “노무현”, “환영합니다”를 연호했다. 노무현씨는 고향에 돌아온 편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5년 간 대통령직을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떻냐. 그냥 열심히 했으니 이쁘게 봐 달라”면서 “정말 마음 놓고 한 마디 하고자 한다”며 “야 ~ 기분좋다”고 말해 청중을 웃겼다. 아닌 게 아니라 기분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와이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차림으로 관광객들과 만난다.

청와대에서도 그랬지만 홈페이지를 참 좋아한다. 귀향 후 근황과 계획을 소개한 편지글을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 올렸다. 지난 3일엔 ‘봉하에서 띄우는 두번째 띄우는 편지’를 통해 “홈페이지가 너무 빈약하고 불편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서 귀향한지 닷새만인 지난달 29일 홈페이지에 ‘안녕하세요? 노무현입니다’란 글을 올리고 “3월에는 이 홈페이지도 주제를 놓고 서로 활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려고 합니다”라고 밝혀 홈페이지를 통한 활발한 소통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가 홈페이지에 처음 올린 글은 9만3천여회, 지난 3일 올린 두번째 글은 4만5천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도 봉하마을에 관광객이 몰려 들었다. 전임 대통령을 보려고 몰려온 관광객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공이 나오지 않자 한 사람의 구령에 맞추어 ‘하나 둘 셋’ 하더니 “노무현씨~ 나와 주세요~ ”라고 소리쳤다. 한참 만에 모습을 드러낸 노무현씨는 관광객들이 밥 먹을 곳이 없다고 불평을 하자 “나도 매일 똑 같은 것만 먹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한 여성이 “우리가 밥 사드릴게요”라고 외쳤단다.

얼마나 홀가분한가. 청와대란 감옥(?)에서 나왔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 아무개씨로 불리고 그 걸 흡족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봉하마을 노무현 아저씨, 노무현 할아버지로 편안하게 살기 바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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