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첫 업무보고… 李 대통령 ‘정신무장’ 촉구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공직자는 머슴이다. 공직자는 머슴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공직사회의 ‘철밥통’ 인식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게 머슴의 할 일”이라며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선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일자리가 없고 서민이 힘들어 할 때 공직자들이 과연 그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가”라며 “국민들이 힘들어도 여러분의 봉급은 나간다. 감원이 되나 봉급이 안 나올 염려가 있나. 출·퇴근만 하면 된다. 모든 신분이 보장돼 있어서 위기나 위기가 아닐 때나 같은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1조원이 들어갈 사업에 2조원, 3조원이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이 없고 불안해 할 사람도 없다”면서 “‘이런 정신으로 세계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하는 그런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보고에도 외환 등에 관한 위험 있다’는 불안한 이야기를 할 것인데 그건 국민 귀에 안 들어온다”면서 “정말 국민이 아파하는 것을 여러분이 체감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있는 정책을 만든다. 10년, 20년 전 정책을 내놓고 같은 이야기만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철밥통’으로 비유되는 공직 사회에 대한 경고와 함께 향후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무회의를 1시간 당기면서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조기출근이 불가피해지자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라며 쐐기를 박은 것.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직전에도 “나는 빨리 돌려 보내려고 (일을) 빨리 하는 것”이라며 “장관이 퇴근 안하고 (직원들에게) 퇴근 하라고 하면 정말 하느냐”고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 대한 심층토론 과정에서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화, 개방화된 사회에 맞게 실질적 효과가 있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면서 “20~30년 전의 규제완화와 오늘의 규제완화 개념은 많이 다르다고 본다. 법 핑계대지 말고 공직자들의 자세만 달라져도 규제의 5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웬만한 문제는 다 제기돼 있고 개선방향도 있는데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방안이나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천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밖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체감물가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자 “지난해와 올해는 경제여건이 다르므로 예산집행도 막연하게 관성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집행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안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려워 보이는 일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해인기자 hi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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