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학(Presidential studies)’은 서구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학문이다. 1960년대 쿠바 미사일을 둘러싼 미·소(美·蘇) 사이의 대결 구도 당시 케네디와 흐루시초프라는 양쪽 총수의 캐럭티는 너무 판이했다. 그 무렵부터 대통령의 성격과 정책결정 과정, 참모들에 대한 연구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통령 성장기의 가정 환경과 연설, 정책 과정과 스타일,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의 사회활동까지도 대통령학의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함성득 고려대 교수가 1997년 처음으로 ‘대통령학’ 학부 강의를 개설, 대통령의 국정 업무 수행, 행정부와 대통령실 등 제도적·조직적 요인, 개인적·심리적 요인 고려 등을 연구 방향으로 꼽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의 발전 모델을 연구하는 ‘이명박학’이 외국 대학에서 정식 과목으로 속속 개설되고 있어 화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가 지난해 7월 첫 강좌를 연 데 이어 이달부터 두 개 강좌로 확대했다. 구 레닌그라드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대는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자도 이 학교를 나왔다.
오스트리아 국립 빈대학도 이달부터 ‘이명박학’ 강좌를 신설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정부 구조, 공리주의적 실용 리더십, 불도저 경영, 현장경영, 속도경영 등 이명박 실용주의의 특징, 국가가 통치의 대상이 아닌 경영의 대상이라는 신(新)국가관, 긍정마인드와 실천력 등 이명박 리더십의 원천, 독선적 리더십, 전시행정 등에서 나타나는 약점과 보완책 등이 상트페테르부르크대의 ‘이명박학’ 과목의 주요 내용이다.
해외 유수 대학에서 ‘이명박학’을 개설한 이유는 “‘이명박’이란 인물을 역동적인 대한민국 현대사의 축소판으로 보고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을 딛고 단기간에 비약적 발전을 이룬 발전 모델을 연구하는 것”이란다. 이 연구 과정에서 ‘한국형 세계화’ 또는 ‘화합형 세계화’인 콜로벌리즘(Colobalism) 이론을 창출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동서사회연구원장이 설명한다. 한국의 대통령 더구나 5년 임기를 막 시작한 정치인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현상이 좋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끝까지 잘 해야 할 텐데”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