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음에 커서 대통령이 될래요’
40년 후에나 대통령이 돼야했던 초등학생들의 꿈은 옛말이 되고 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당장 초등학생 대통령이 탄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12일 오후 수원 영화초등학교 하교길은 어깨에 선거띠를 두른 어린이들의 지지호소가 이어지는 등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이 한창이었다. 영화초는 지금부터 6개월간 ‘영화어린이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부총리 등 행정부와 의회 의장 및 대법원장 등 3부 수장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열기를 뿜고 있다.
영화초는 올해부터 어린이학생회를 대신해 3권 분립이 명확한 대통령중심제의 ‘영화어린이나라’를 출범시킨다. 오는 14일 4~6학년 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실시 예정인 선거에는 대통령(6학년)에 5명, 총리(6학년)에 4명, 부총리(5학년)에 6명의 어린이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며 모두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또 이날 학교에서는 이미 전교 각 학급당 2명씩 선출된 의원과 법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의장과 대법원장도 간접선거로 동시에 선출하게 된다.
대통령을 수장으로 한 행정부는 의회가 어린이들이 지켜야할 규칙 등을 수립할 경우 이를 실행하는 것은 물론 자율적으로 학교주변 불량식품 퇴출운동 등도 벌이게 되며, 대법원장이 수장을 맡는 어린이 사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소란한 학급 등에 대해 ‘경고’ 등을 하게 된다.
학교측은 선거에 앞서 모든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매니페스토 협약식도 가졌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대통령 선거. ‘노후된 컴퓨터를 바꾸겠다’, ‘다른 학교가 부러워하는 학교를 만들겠다’ 등 굵직굵직한 공약을 두고 어린이 유권자들의 표심은 유동적이다.
표심을 잡기 위해 각 진영은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하교 시간을 이용해 적극적인 유세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화초 오세건 교장은 “어린 시절부터 매니페스토 선거문화 의식과 자율적으로 조직을 꾸려 갈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과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 어린이나라를 만든 것”이라며 “1년에 2차례 가상 유엔총회도 개최해 각국의 대표경험을 통해 각 나라의 사회문제도 공부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는 경험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준기자 sj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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