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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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괴테는 평생 부족함이 없이 살았지만 지독한 구두쇠였다. 원고료가 하루라도 늦으면 “출판업자들을 위해 지옥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저주를 퍼부었으며 하인들에게 빵을 줄 때도 하나하나 저울에 달았다.

영미문학의 거봉 찰시 디킨스는 가족들에게 폭군처럼 행동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청소 상태를 검사하러 매일 방에 들어오는 것에 진저리를 쳤다. 아내는 남편의 잔소리에 기가 죽어 얼이 빠진듯 행세했다. 1858년 디킨스는 22년 동안 함께 살았고 아이를 열이나 낳은 아내를 집에서 내쫓아 버렸다. 이 불쌍한 여인은 남편의 명령대로 아들 집에서 여생을 보냈고, 그러는 동안 디킨스는 마흔여섯의 나이에 열아홉 살짜리 여배우한테 마음을 빼앗겼다.

독일을 통일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미신을 신봉한 소심한 인물이었으며, 영국의 넬슨 제독은 훈장을 주렁주렁 단 제복으로 멋을 부리다가 적의 표적이 됐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이 기초한 독립선언문은 모든 인간에게 ‘천부인권’을 부여한 역사적 문헌으로 평가된다.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고 역설했다. 글 대로라면 제퍼슨은 인권의 가치를 온몸으로 구현한 현걸찬 영웅이어야 한다. 그러나 제퍼슨은 행복 추구권을 작성하는 동안 버지니아 농장에 175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숫자는 1822년까지 267명으로 늘어났다. 제퍼슨은 노예제도를 찬성했으며 새로 노예를 사기 위해 자신의 노예들을 먼 남쪽 지방으로 팔아버리기도 했다. 제퍼슨은 수십 년 동안 여자 노예를 정부로 두고 여러명의 아이를 낳았다.

“인류가 과거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역사는 한 순간도 오류와 위조, 불확실한 속설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찍이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말한 것을 정확히 기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제삼자가 내게 전해준 것 뿐 아니라 내 자신이 직접 들었던 것 조차도 말이다.” ‘세계사의 비밀 220장면’을 쓴 독일의 유명한 역사학자이며 문화사가인 외르크 마이덴바우어의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후세에 밝혀질 비밀을 몇개씩 갖고 있는 모양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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