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당

평화통일가정당? 생소했다. 뭔가 싶었더니 통일교계라고 한다. 중세기의 정교(政敎) 일치가 생각됐다. 고대사회는 제정(祭政) 일치였다.

신문에 4·9총선을 앞둔 평화통일가정당 지역구 후보가 더러 비치곤해 그러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느새 도내 51개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냈다. 며칠전 수원에서 51명의 후보가 모인 가운데 가정 중심의 3개 분야 12대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생긴지도 모르게 생긴 정당이 도내 지역구 공천을 다 마쳤다니 놀랍다. 전국 245개 지역구에 모두 후보자를 낸다는 것 같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도, 원내 1당이며 제일 야당인 통합민주당도 전국 지역구에 후보를 고루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나라당은 호남, 민주당은 영남에서 맥을 못쓴다.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낸 평화통일가정당은 그러고 보니 전국구역 정당인 셈이다.

공천 또한 소리 소문없이 해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공천 싸움을 두고 연일 시끄럽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당내에서 공천으로 어느 정도 소리가 나는 것이 좋은 건지 안좋은 것인진 판단하기에 달렸다. 아무튼 평화통일가정당의 공천은 일사불난하게 마쳤다. 또 하나의 특징은 후보들이 거의 무명의 신인이란 사실이다.

가정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한다. 다른 정당이라고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행복한 가정이 많아야 사회가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해야 나라가 튼튼하다. 가정은 국가사회의 원초적 기초 단위다. 이런 가운데 가정을 당명에 직접 내걸고 나선 것은 이채롭다.

대한민국 정치는 정당 홍수다. 건국이래 명멸한 정당이 부지기수다. 그 중엔 생긴지도 모르게 없어진 정당도 숱하다. 지금은 43개의 정당이 있다. 공천 파동을 계기로 또 신당설이 나오는 판이다. 정당을 보고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보고 정당으로 모이는 이합집산이 무상하다. ‘정당 무상’ 현상은 정치 불안이다.

무명의 평화통일가정당이 4·9총선에 대거 참여하는 것은 이변이다. 일찍이 이런 군소 정당의 전례가 없다. 막상 총선이 시작되면 또 뭣을 보일 것인지 궁금하다.

다크 호스(dark horse)는 원래 경마 용어로 의외의 결과, 즉 이변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평화통일가정당이 ‘다크 호스’가 될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든 이번 총선에서 볼 수 있는 흥미 포인트의 하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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