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도덕성

양키(Yankee)는 영국인들이 미국인을 얕잡아 하는 말이다. 머리에 든 거 없이 양복만 말쑥하게 입고 젠 채하는 태도를 ‘양키 스타일’이라고 한다. 또 이런 미국인 기질을 ‘양키이즘’이라며 비하한다. 양키는 원래 뉴잉글랜드의 원주민족 이름이다.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인이 미국인을 미개한 양키족에 빗댄데서 시작됐다.

프랑스는 미국인을 ‘상놈’으로 보았다. 유서깊는 전통문화를 자랑하는 프랑스인들로서는 역사가 얼마 안 되는 인종시장의 미국인들이 우습게 보였던 것이다. 프랑스인들의 이런 정서는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오늘날도 잠재해 있다.

그런데 비교되는 게 있다. 권력층의 남녀 관계에 영국이나 프랑스는 비교적 관대하다. 예컨대 영국 국민들은 이미 오래전에 고인이 된 다이애나를 비운의 황태자비로 기억하고 있다. 찰스 황태자와의 이혼전 또 이혼 후의 사생활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결합한 부인 세실리아와 이혼하기가 바쁘게 모델 출신 가수 브루니와 터놓고 애정행각을 폈다. 만난지 한 달도 안 되어 결혼한 중간에는 애인을 데리고 이집트 등을 국빈 방문했다. 그래도 프랑스 국민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덤덤하게 넘겼다. 세실리아와 이혼하기 전에 이미 브루니와 깊은 관계가 아니었겠느냐는 의문 같은 것도 제기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한동안 불어닥친 탄핵 위기를 가까스로 면했다. 지난해 12월 크레이그 상원 의원은 동성애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다. 최근엔 스피처 뉴욕 주지사가 콜걸 뒤프레와의 성매매 파문이 일어 스피처는 끝내 뉴욕 주지사 자릴 물러났다.

미국 사회가 그렇다고 남녀 관계의 도덕성이 확립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란하기로 소문났다. 이런데도 권력자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은 권력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일반 시민 같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일도 대통령, 상원의원, 주지사 같으면 문제가 되는 것이 미국 사회다.

영국인이나 프랑스인이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역사적 전통문화가 없다. 민족 정서는 눈꼽만큼도 있을 수 없는 다원화 사회로, 오직 국민의 개념만이 지배된다. 이런 나라가 세계적인 초강대국이 된데는 연유가 있다. 일반 시민과 다른 권력자의 도덕성 확립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저력이 오늘의 아메리카 합중국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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