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의 변화

드러낸 여성의 종아리를 두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화학당(이화여대) 초기에 여학생 교복인 통치마가 종아리를 드러냈을 당시엔 말이 많았다. 이화학당 교명은 1886년(고종 26년) 미국 선교사 스크렌튼 부인이 학교를 세운 이듬해 명성황후가 내린 이름이다.

드러낸 여성의 무릎 위를 외설적으로 볼 사람은 없다. 그러나 1915년 숙명고등여학교(숙명여고) 배구부 유니폼이 무릎살을 드러냈을 당시엔 부모들의 항의 소동이 거셌다. 1906년 엄 귀비가 세운 숙명고등여학교 첫 입학생은 5명이었다.

여성의 초미니 스커트 차림을 이상하게 보는 사회가 아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엔 경찰관들이 잣대를 들고 다니며 무릎 위로 15㎝ 이상을 드러낸 여성은 붙잡아 훈방하거나 즉결심판에 넘겼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20대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30대 남자가 ‘성폭력범죄처벌법’ 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규정 적용으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났다. 쉽게 말해서 외설 부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촬영에 동의를 얻지않은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길 가는 사람을 허락없이 사진 찍었다고 모두 처벌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우려되는 점은 있다. 사진을 마구 찍어댈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마구 찍어대다가는 또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사진찍은 것을 알고 삭제를 요구하거나 필름 반환요구를 거부할 시엔 사안이 무죄가 난 경우와는 달라서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계가 “무죄확정은 잘못됐다”며 발끈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여성계 어디서 그런진 몰라도 이젠 여성 문제를 좀 더 수준높게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할 때다. 감각적인 것 보다는 실질적인 문젤 추구하여야 한다.

예컨대 사법고시도, 외무고시도, 사관학교나 경찰대학 졸업도 으레 여성들이 수석을 싹쓸이 하는 세상이다. 전문직 진출에 여성 비율이 늘어 남성들이 위협받는 지경이다. 우먼 파워에 어울리는 여성계의 활동이 돼야한다.

봄이 왔다. 봄은 여성의 옷맵시 따라 짙어진다. 점점 엷어지다가 핫팬츠에 배꼽티 차림이 거리에 등장할 것이다. 돌아보면 신여성 출현 100여년만의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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