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의 발달 과정을 구분하면 삐삐(1980년대) 카폰(1990년대) 핸드폰(2000년대)으로 정리된다. 지금 생각하면 삐삐나 카폰은 웃기는 것이지만 나온 그 당시엔 선풍적 인기를 끈 첨단 장비였다.
삐삐는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일방적으로 거는 것으로 ‘삐삐…’ 소리가 나면 삐삐 기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길거리 같으면 공중전화를 찾아 회신하곤 했다. 외출중인 샐러리맨의 발을 묶는다고들 했다.
카폰은 정부 요인이나 고위 기관장들만 썼던 것이 제한적이나마 대중화된 것으로 선망의 무선통신 장비였다. 자가 승용차에 카폰 다는 것을 꿈으로 여길 정도였다. 실제로 카폰 통화를 하는 모습은 멋 있어 보이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본격화된 이동통신의 발달은 한 해가 다르게 눈부신 발달을 거듭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기능의 다양화는 기존의 기기를 이내 구식으로 만들어 신식인 새 것으로 바꾸지만, 새것도 얼마 안 가 또 구식이 되곤 한다.
핸드폰 하나면 못하는 것이 가히 없을 정도다. 이동사무실 노릇도 하고 수행비서 노릇도 하는 것이 핸드폰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기능을 갖는 기기가 나올지 모른다. 예컨대 핸드폰으로 집 자물쇠를 여닫고 집안 가전제품을 작동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미 핸드폰에 중독됐다. 어쩌다가 핸드폰을 집에 놔두고 나오면 진종일 불안하다. 딱히 핸드폰을 걸곳도 올 곳도 없지만, 왠지 허전하기가 나사 빠진듯 한 게 견디다 못해 결국은 집에 다시 가서 찾아들고 나오기 일쑤다.
핸드폰 바람에 수난을 당한 게 공중전화다. 공중전화부스에 통화 대기자가 줄지어 서곤 하던 것이 이젠 아예 공중전화가 사라져 찾기조차 힘들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 없는 사람이 없다시피되어 공중전화가 밀려났다.
문자 메시지는 핸드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그런데 짜증스런 메시지가 걸려올 때가 있다. 비즈니스로 걸려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선거 메시지는 정말 왕짜증 난다. 그것도 걸려올만 한 것 같으면 이해하겠지만, 후보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메시지로 전하는 것은 실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딩동 딩동…’하는 메시지 전달음을 지울 때마다 유쾌하지 못한 것은 비단 지지대子만이 아닐 것이다.
어떻든 핸드폰은 선거에서도 수단화가 됐다. 그러나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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