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나무 심어주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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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을 지나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 주변에 보이는 산마다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황토색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다녀온 산림청 관계자의 말이다. 전체 국토 면적의 80%가 산지인 북한의 산림 면적은 총 916만㏊로 남한의 1.5배다. 압록강·두만강 일대의 아름드리 나무는 북한 산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995년 대홍수 때 실상이 드러났다.

홍수 이재민만 520만 명, 피해액은 150억 달러나 됐다.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녹색 댐의 역할을 하는 숲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북한 지역에선 해마다 홍수가 나 자연 파괴는 물론 주민들의 삶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1970년대 이후 ‘국토 개조사업’을 벌인 것이 화근이었다. 식량난을 해결하려고 임야를 ‘다락밭’(계단밭)으로 개간했다. 거기에 옥수수를 재배했지만 실패였다. 땅의 영양분을 많이 흡수하는 옥수수가 땅의 지력을 줄였다. 비료 부족으로 생산성은 낮았다. 더구나 취사·난방용으로 나무를 베어 내 산림이 더욱 파괴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농촌 지역 주택이 땔감으로 나무를 썼다.

1990년대부턴 평양·남포·개성 등의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황해도·평안남도 일대는 ‘황토색 도시’가 됐다. 1995년 대홍수 당시 최대 피해를 본 곳도 이 일대였다.

북한 지역에 대한 산림녹화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정부가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고 탄소배출권(심은 나무의 양 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건 합리적이다. 온누리 교회와 ‘평화의 숲’ 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식목일을 전후해 북한에서 대규모 식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벌거숭이가 된 북한 지역에 나무를 심어주는 일은 남북 모두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이어서 이견이나 반대의 여지가 없다.

남한에서 가져가는 묘목들은 북한의 요청에 따라 모두 유실수다. 북한 지역에 나무심기는 정치적 색깔을 일절 배제한 순수한 인도주의적 취지여서 좋다. 온누리 교회 등이 앞으로 1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주기 위한 운동본부를 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逆徒)‘라고 칭하면서 새 정부를 겁주려 하고 있다. 같은 동포이지만 북한은 참 이상한 나라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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