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F-16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33개월 간 18억원~21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올해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 131명이 전역했거나 전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47명이던 전역자가 2006년에 99명이었다가 지난해 138명으로 대폭 늘어난 후 그 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공군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면 ‘전력 공백’ 현상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군으로선 숙련된 전투기 조종사를 한꺼번에 잃는 것이 불만이지만 이들의 전역을 막기가 또한 역부족이다. 전역 후 민간 항공사에 취직하면 대우가 훨씬 나아지는 데다 최근 전세계적인 조종사 ‘품귀 현상’으로 항공사들이 온갖 혜택을 주며 이들을 유인하기 때문이다.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를 확보하려는 항공사의 움직임에 맞서 조종사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붙잡아 두려 하고 있다. 월급을 올려주고 항공수당을 2년마다 10%씩 인상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의무 복무기간을 2년 연장할 때는 3천만원, 4년 연장할 때는 7천만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공군 조종사의 경우 18년 복무한 현역 중령 연봉이 6천700만원 수준인데 민간 항공사는 13년 의무 복무기간을 끝내고 입사한 지 5년 된 부기장에게 9천600만원 정도를 줘 3천여 만원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 민간 항공사로 옮기려고 전역을 신청한다.
대한항공은 40세, 아시아나항공은 42세로 채용 연령을 제한하고 있어 20대 중반에 임관한 공군 조종사들은 의무 복무기간 13년을 채우자마자 전역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통상 항공사에선 항공기 한 대에 최소 10명 정도 조종사를 확보해야 원활한 운항이 가능하다.
여기에 또 저가 항공사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공군 조종사들에게 눈독을 들인다. 공군 출신 조종사들은 별도의 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바로 항공기를 운항 할 수 있어 항공사엔 ‘보물 같은’ 존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공군에 공문을 보내 조종사들이 모자라니 전역희망자들을 막지 말아 달라고 간청할 정도다. 반면 공군은 항공사들에 대해 조종사 채용제한 연령을 만 45세로 높여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항공시대에 비행기 조종사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지만 영공(領空)을 지키는 ‘빨간 마후라’들이 자꾸 떠나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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