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방송

국제 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다. 소폭하락, 중폭상승을 거듭하면서 110달러 대를 치솟는다.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말하고 있다. 유독 국내는 석유 한방울 안나는데도 태연하다. 아니 무심하다.

관공서고 어디고 대낮에도 필요없는 불을 여느 때처럼 환하게 켜놓고 있다. 국가기관, 공공기관 부터가 이 모양이다 보니 시민생활 또한 에너지 낭비에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

텔레비젼 시청을 하루에 1시간만 줄여도 연간 1천억원이 절감된다고 한다. 여러가지 방법의 생활속 에너지 절감대책 중 제시된 하나의 사례다.

텔레비젼 시청을 두고 말이 나온 김에 더 말하고자 한다. 굳이 시청자들 보고 시청 시간을 줄이라고 할 것 없이 방송시간을 줄이면 된다. 심야방송의 폐단이 심하다. 지상파방송만도 새벽 1~2시까지 방송하기가 예사다.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럭저럭한 프로그램을 심야 시간대에 내보내는 것은 심한 전력 낭비다.

케이블방송은 더 하다. 24시간 내내 방영하는 것이 케이블방송이다.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하고 케케묵은 외화며 방화를 연달아 돌려대기가 일쑤다. 더러 퇴폐성 토크쇼를 자체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저질 프로그램이 태반인 케이블방송 채널이 자그마치 70개가 넘는다. 그러니까 70여개의 채널이 종일방송을 일삼고 있다. 시청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광고 매출을 위해서다.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광고를 팔아먹기 위해 저질 프로그램을 갖다 붙이는 것이다. 그 많은 채널이 광고 매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보니 온전한 프로그램으로 다 채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해 본다. 텔레비젼 시청을 하루에 1시간 줄이면 연간 1천억원의 에너지가 절감된다니, 지상파방송의 자정 이후 심야방송을 제한하면 약 1조원이 절감된다.

여기에 그 많은 채널의 케이블방송 심야방송을 선별 제한하면 수 조원대의 절감 효과가 나올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된 것인지 정부 당국은 이에 신경쓰는 기미가 전혀 안보인다. 물론 에너지 대책은 이밖에도 많지만, 가장 손쉬운 이런 것부터 방관하는 판이니 뭘 믿고 그러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정부의 에너지 무감각이 심히 두렵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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